STX조선해양 등 지난 10여 년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부실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産銀, 부실기업 '구원투수' 맞나
국회예산정책처가 8일 산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산은 주도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28개 부실기업의 최종 계속기업가치는 8조4461억원이었다. 이는 산은이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최초 산정한 이들 기업의 계속기업가치(12조6859억원)보다 33%(4조2398억원) 급감한 액수다. 계속기업가치는 기업이 정상적 영업활동을 유지한다고 가정해 산정한 값이다. 산은은 이들 기업에 총 5조5595억원을 수혈했으며, 작년 말까지 1조9265억원(전체의 34.7%)을 회수했다.

세부적으로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13개 기업의 계속기업가치는 5조1510억원에서 3조5083억원으로 약 30% 줄었고, 구조조정에 실패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 8곳의 계속기업가치도 5조2489억원에서 3조8968억원으로 25% 넘게 쪼그라들었다. STX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 7개사의 계속기업가치는 2조2860억원에서 1조41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안옥진 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최초 기업평가 때 청산가치가 5000억원이 넘은 대기업 대다수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청산가치는 기업 청산 과정에서 자산 처분을 통해 채권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통상 채권자는 구조조정 기업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경우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선다.

안 분석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핵심 사업 부문 정리 등 선제적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서 기업가치가 낮아졌을 수 있다”면서도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기 앞서 회사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산은이 꼼꼼히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과거에 비해 구조조정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