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연금개혁 논의 장기화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만든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 초안의 대폭 손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어떤 형태로 수정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종합계획안' 초안에 대한 중간 보고받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국민 의견이 더 폭넓고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게 수정,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부 초안에 제시된 보험료율 인상 폭이 예상보다 큰 게 국민 기대치보다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복지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식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복지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초안은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과 '재정 안정화 방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안정화 방안은 올해 45%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의 비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단계적으로 15%까지 올리는 내용이다.

'더 내고 덜 받아서' 연금 재정의 안정을 꾀하는 방안이다.

소득보장강화 방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2%로 즉각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50%로 더 높이되 보험료율을 13%로 즉각 인상하는 방안이다.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방안'이거나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이다.

어떤 방안이든지 모두 보험료율은 9%에서 12∼15%로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줄고, 연금을 받을 수급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거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를 들며 보험료율 인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보험료율 인상 폭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보험료율은 국민연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해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랐으나 1998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9%에 묶이며 '10% 유리 천장'에 막혀 있다.

이번에 정부의 연금개편을 통해 오르더라도 찔끔 인상에 그칠 공산이 높아진 것이다.

독일(18.7%), 일본(17.8%)은 우리의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려 가입자의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려고 해도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연금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로 보험료 인상에 사실상 제동이 걸리면서 연금개혁의 출구와 통로가 자칫 막혀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내놓고 있다.

문제는 보험료 인상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8월에 나온 4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제도를 현재대로 유지하면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로 2042년에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된다.

3차 재정계산 때의 기금고갈 예상 시점(2060년)보다 3년 앞당겨졌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이렇게 국민연금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후세대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기에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즉각 11%로 올리거나 10년간 단계적으로 13.5%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개편 논의는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복지부가 국민연금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정부안의 국회 제출 시기도 늦어지게 됐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지만, 검토시간이 길어지면 12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 뒤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야 한다.

2020년 총선일정을 고려하면 연금개혁 논의는 흐지부지될지도 모른다.

2007년 2차 연금개편은 국회 합의에만 5년이 걸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