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아 기업이 추가법정수당을 지급할 경우 일자리 5만500개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창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통상임금, 신의칙 정책세미나’에서 생산 유발·부가가치 유발·취업유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신의칙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릴 때 재판에 등장했다. 대법원은 노사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면 신의칙 위반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이라 하더라도 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법적으로 줘야 하는 돈이라도 기업에 지나치게 가혹하면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의 쟁점은 신의칙 적용 여부에 집중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제시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 하급심 판결이 계속 엇갈리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은 진행 중인 A기업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사측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6조5152억원이라는 점을 참조해 산업별 신의칙 배제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서비스, 금속산업에서 총 16조770억원의 생산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토대로 산업별 취업유발 효과를 계산하면 5만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