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권력이 가져오는 갑질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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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역 못할 거란 믿음이 권력을 과신케 하고
가해 행위는 전적으로 상대의 잘못 탓이며
조직을 위한 것이란 합리화가 죄책감 없애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가해 행위는 전적으로 상대의 잘못 탓이며
조직을 위한 것이란 합리화가 죄책감 없애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전문가 포럼] 권력이 가져오는 갑질 심리](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07.17981902.1.jpg)
최근 이슈화된 양진호 회장의 경우는 엽기적인 수준의 폭력이다. 신체폭력, 언어폭력, 위협이나 협박과 같은 폭력의 여러 양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동물을 죽이고 칼로 베게 시킴으로써 상대를 학대하는 특이한 가학성까지 드러내고 있다. 직접적인 폭력뿐 아니라 간접 폭력인 모욕과 무시, 공포 조장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고통 방법을 고안해 상대를 괴롭혔다.
상하 관계가 분명한 조직 안에서 이런 갑질 폭력은 쉽게 일어난다. 특히 오너와 같은 절대 권력을 지닌 가해자일수록 폭력 행위가 묵인되기 더 쉽다. 해고 등 더 큰 피해가 두렵기에 피해자는 반발이나 반항을 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순종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그 누구도 자신을 거역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갖는다. 그런 믿음은 실제 자신이 가진 권력을 과신하게 한다. 자신의 권력은 영원할 것이고 모든 법 위에 있다는 착각마저 하게 된다. 또 가해자는 자신의 가해 행위가 전적으로 상대의 잘못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믿는다. 설사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윤리적인 잣대나 법망을 피해갈 것이라고 과신한다.
이와 같은 과신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권력으로 인한 ‘도덕적 명확성(moral clarity)에 대한 인식’이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 자신의 권력이 가장 컸던 때를 계속 상상하게 한 집단과 그냥 기분 좋았던 때를 상상하게 한 집단으로 나누고,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게 했다. 딜레마 상황이란 옳고 그름의 도덕적 판단이 모호한 상황을 말한다. 모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상상한 집단의 사람들이 훨씬 더 명확하게 답변했다. 다른 집단에서는 더 많이 “글쎄요”라고 했으나 권력을 상상한 집단은 “옳다” “아니다” 이분법적으로 답했다. 상상한 권력임에도 권력을 가지면 흑백이 분명해진다.
그런데 이런 성향은 우리 모두 지니고 있다. 아무리 작은 권력일지라도 주어지는 순간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용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명확하고 엄격한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비판하면서 크든 작든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러기에 조직 내 지위에 의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아닌지 늘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차 자신을 오만하게 만드는 권력의 힘을 늘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