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왕조 북한의 용례를 제외하면 존엄(尊嚴)은 좋은 뜻이다. 존중과 의젓함 등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두 글자 모두 본래는 주술(呪術) 및 제례(祭禮)와 관련이 있다. 尊(존)이라는 글자에는 술, 또는 그 술을 담는 제기(祭器)의 가리킴인 酉(유)라는 요소가 등장한다. 이어 그를 받치고 있는 손(寸)이 보인다.

사람이 두 손으로 술이 담긴 제기를 떠받치는 형태다. 따라서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신(神)에게 바치는 술잔, 또는 그런 술을 받을 수 있는 높은 위치의 사람이나 대상 등으로 뜻풀이를 할 수 있다. 그로써 ‘높다’의 새김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嚴(엄)은 풀이가 다소 엇갈린다. 그래도 역시 주술이나 제례의 행위로 풀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이 글자는 신이나 하늘의 계시가 담긴 그릇, 술을 퍼내는 사람, 그리고 절벽을 가리키는 요소의 결합이다. 그로써 역시 제사나 주술 현장이 지닌 엄숙함을 표현한 글자라고 볼 수 있다.

나중에 둘의 조합이 연역 과정을 거치며 얻은 새김은 ‘부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존당(尊堂)이라는 말은 다른 이의 부모를 일컬을 때 쓴다. 존대인(尊大人)도 그렇다.

아버지는 엄하고 어머니는 부드럽다. 동양사회에서 널리 사용했던 엄부자모(嚴父慈母)라는 성어 표현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가엄(家嚴)은 나의 아버지, 영존(令尊)은 남의 아버지를 부르는 경칭이다. 엄친(嚴親), 엄군(嚴君)으로 적어도 아버지를 가리킨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흔히 자모(慈母)로 적는다. 어머니가 머무는 곳을 가리켜 자당(慈堂)이라는 말로도 표현한다. 이 ‘자당’은 나중에 남의 모친을 높여 부르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자친(慈親)은 엄친(嚴親)과 대칭을 이루는 어머니의 다른 이름이다.

‘존엄’이 부모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 본래의 뜻은 높고 의젓함이다. 사람 모두의 삶은 존엄의 가치를 담고 있다. 그를 무시하며 제 직원을 폭행하고 학대한 기업인이 화제다. 돈으로 쌓은 권위가 존엄한 인권(人權)을 넘어선다고 생각했을까.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할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