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화장품 유통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화장품 판매를 본격화한 편의점들은 최근 제품 종류를 늘리고, 전용 브랜드를 새로 내놓는 등 화장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까운 거리의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층도 10대에서 20대로 확산하고 있다. 뷰티업계에선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중심인 화장품 로드숍 시장을 편의점이 상당히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성비 높은 화장품 전면에

화장품 제조사 비씨엘은 이달 초 새로 업그레이드한 화장품 ‘0720 시즌2’를 세븐일레븐에 출시했다. 오전 7시20분 바쁘게 서두르며 화장하는 시간을 브랜드명으로 정한 이 제품은 10~20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지난해 다이소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10~20대 사이에서 가성비 높은 화장품으로 인기를 끌자 세븐일레븐으로 유통망을 확대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이 색조화장품을 들여놓은 건 화장품 매출 증가율이 해마다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10.8%였던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올해 10월까지 13.1%로 상승했다. 세븐일레븐은 0720이 젊은 여성을 끌어모으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쿠션과 틴트, 블러셔, 리무버 등 상품 종류를 늘렸다.

비씨엘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대에 트렌디한, 가성비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며 “오프라인 유통망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메디힐’도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말 편의점 GS25 전용 클렌징 제품인 ‘메디힐 필로소프트 버블레이저 패드’를 처음 내놨다. 기존에 올리브영 롭스 등 H&B스토어에서 판매하던 20장짜리 패드가 인기를 끌자 편의점에 2장짜리 제품을 선보였다. 현재 1000개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물만 묻히면 거품이 생기면서 화장을 지울 수 있는 이 제품은 GS리테일과 메디힐이 협업해 GS25의 자체상표(PB)인 유어스로 판매되고 있다. 10~20대를 위해 소포장하고, 가격은 1200원으로 정했다.

늘어나는 편의점의 화장품 매출

편의점의 화장품 판매 증가는 소비층의 확대와 관련이 있다. 기존엔 10대 중·고등 학생들이 로션 립밤 등 간단한 제품을 주로 구입했다. 하지만 최근엔 쿠션, 블러셔 등 색조화장품을 사러 편의점을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

지난 8월 CU가 화장품 브랜드 ‘홀리카 홀리카’와 손잡고 ‘스윗 페코 에디션’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20대들이 좋아하는 페코짱 캐릭터를 활용해 팩트, 아이섀도 팔레트, 틴트밤, 립밤, 핸드크림 등을 내놓았다. 캐러멜처럼 포장한 데다 빨간 케이스에 캐릭터를 그려 넣어 여성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이 제품을 사러 CU 매장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는 20대 여성들의 후기가 블로그 등에 넘쳐났다.

GS25도 색조화장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올해 초 토니모리와 손잡고 전용 색조화장품 브랜드 ‘러비버디’를 출시했다. 톤업크림과 올인원쿠션, 파우더팩트, 틴트, 마스카라 등 6종을 내놨다.

화장품 업체와 편의점 간 협업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GS25의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2016년 19.7%에서 지난해 24.8%로 상승했다. 올해 10월 말까지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4.2%나 급증했다.

GS25에서 판매 중인 화장품은 104종, CU는 80종, 세븐일레븐은 113종에 달한다. GS25 관계자는 “전국 곳곳에 분포돼 있는 편의점은 접근성이 높아 화장품을 손쉽게 구입하려는 젊은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성비 높은 화장품을 더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지혜/안효주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