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엇박자' 등 구설…1년 반만에 교체로 원톱 세우고 '혼선 정리'
경제라인 2기로 완전 개편…경제정책 큰기조 유지하되 혁신성장 강조 등 변화 지향도
"이총리가 인사 추천" 책임총리제 강화…경제사령탑 역할도 내각에 힘실어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정부의 초대 경제라인 '투톱'을 맡아 정책을 총지휘해 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순차적으로 인사를 하는 대신 둘을 한 번에 바꾸는 경제분야 '전면쇄신'의 모양새를 취하면서 잡음을 일소하고, 경제에도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인선으로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라인 2기 체제로의 전환이 마무리됐다.

다만 새 경제라인 역시 소득주도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기조에 충실한 인사들로 평가되고 있어, 야권의 평가는 인색할 것으로 보인다.
문대통령, 말많던 '김&장' 동시 물갈이…쇄신으로 경제활력 모색
◇ 투톱 엇박자 등 잦은 구설…조기 교체로 경제정책 분위기 쇄신
이번 인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사실상의 경질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 정책실장이 지난해 5월 21일, 김 부총리가 6월 9일 임명된 후 두 사람은 약 1년 5개월 동안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으나, 양측은 '호흡을 맞춘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잦은 갈등설에 시달렸다.

'경제사령탑이 누구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다르다는 이른바 '엇박자' 지적도 수시로 터져 나왔다.

나아가 고용·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자 야권을 중심으로는 경제라인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압박이 점점 거세졌다.

양측은 지난 8월부터 정례적인 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불화설 불식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권 일부에서도 쇄신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이 흘러나오며 결국 교체를 피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김 부총리 교체 발표는 예산안 국회 통과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거나 장 정책실장의 교체는 더 고민한 뒤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예상보다 이른 타이밍에 '동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교체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끈다면 잡음만 커질 우려가 있고, 쇄신의 메시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동시 인사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는 이번 인선을 계기로 엄중한 경제상황 속에서 더욱 힘 있고 안정적인 정책 운용이 가능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경제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한 만큼 정부의 쇄신 노력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하리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다만 경제정책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청와대의 기대가 단기간에 충족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현실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문대통령, 말많던 '김&장' 동시 물갈이…쇄신으로 경제활력 모색
문대통령, 말많던 '김&장' 동시 물갈이…쇄신으로 경제활력 모색
◇ 경제라인 2기 체제로 전환…정책 큰기조 유지하되 혁신성장 강조 등 변화 지향도
이번 인선에 대해 문재인 정부 경제라인이 2기 체제로 전환을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새 얼굴로 채워진 것은 물론, 청와대 정책실 산하의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 모두 정부 출범 당시와는 모두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런 인적쇄신 속에서도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3축을 뒷받침할 인사들로 자리를 채우면서, 정부 경제정책의 큰 기조는 유지해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번 인선을 발표하면서 "홍 후보자는 국정과제 이해도가 높다.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 등 핵심 정책을 지속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윤 수석은 김 신임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3대 경제정책 기조의 성과를 통한 포용적 경제의 실현, 포용국가 비전을 종합적으로 수립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교체로 야권과의 협치가 수월해지리라는 여권의 기대와는 달리,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야권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 내정설이 흘러나오자 야권에서는 '비토론'이 터져 나온 점 역시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계속되리라는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 3축 가운데 야권 등에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혁신성장 분야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는 "혁신성장의 속도가 더디다면 그 속도를 확 올리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해 혁신성장 가속화 의지를 보였다.

홍 후보자는 나아가 "혁신성장 성과를 내도록 속도를 바짝 내겠다.

마중물도 줘야 하지만, 본격적으로 펌프질을 할 때"라며 "민간의 의견을 경청하고 기업이 원하는 내용도 잘 경청해 혁신성장이 중추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민간과 같이 펌프질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 종전과 다른 경제정책팀의 지향을 분명히 했다.
문대통령, 말많던 '김&장' 동시 물갈이…쇄신으로 경제활력 모색
◇ 경제부총리·국무조정실장, 이총리가 추천…경제 '원톱' 분명히 하고 내각에 힘실어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홍 후보자와 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에 대한 인선을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천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이 총리가 경제부총리와 국무조정실장을 추천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 총리가 계속 문 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했으니, 그 과정에서 얘기가 오가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책임총리제가 자리를 잡는 과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총리와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주례회동을 통해 이 총리가 내각을 이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특히 내각 인선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총리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총리는 지난달 17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각료 중에 저와 협의 없이 임명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청와대가 이번 인선에서 경제사령탑이 기존의 사실상 '투톱' 체제가 아닌 부총리 '원톱' 체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 역시, 정책 집행에서 내각에 힘을 싣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은 "경제는 야전사령탑으로서 홍 후보자가 총괄할 것이고, 김 신임 정책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며 경제부총리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