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서 자치경찰제 도입,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청와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이 검찰의 최종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검찰이 제시한 선행 조건들이 이행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총장은 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발표 직전에야 조정안 내용을 알게됐다”며 “우리가 생각한 수사권 조정방안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정부 합의안에 대해 완곡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 총장은 “검찰에 대한 내부적·외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이 그물망처럼 얽혀있는데, 단순히 기능을 옮기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구조적 변경을 같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 시행’이라는 조건이 이행돼야만 수사권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문 총장은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면 수사권 조정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며 “수사권 조정 문제는 엄밀히 경찰의 문제이지 검찰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모든 나라는 자치경찰제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며 “현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 기능을 경찰에 넘기면, 국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경찰이 수사도 독점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무일 "자치경찰제 선행돼야…피의자신문제도 근본적 수술 검토"
그는 현 방안에서 검찰이 경찰수사에 대한 보안수사 요구권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과거 경험상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검찰에 징계권한만 줘서는 안된다”며 “형사처벌 조항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은 기소권과 일부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등을 갖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문 총장은 현재 검찰도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의사결정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며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겨야 검찰권이 남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 진술, 조서작성 등을 담은 ‘피의자신문제도’에 대해 “유지해야하느냐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외국처럼 우리도 이 부분을 크게 손질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총장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사권 조정안 관련, 검찰이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인지수사권 등 실속을 챙겼다고 비판하자, “저희(검찰)가 다 내놓을 것 같으면 검찰과 경찰을 합치면 된다”며 “그렇게 되길 바라시나”라고 크게 반발했다. 여야 의원들이 이 발언에 대해 문제를 삼자 문 총장은 “부적절한 언행을 사과한다”고 답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