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사회책임투자(SRI)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최종안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활용한다고 밝히고, 우정사업본부가 SRI펀드 투자를 위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등 기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SRI펀드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이 펀드들이 담을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빠르게 커지는 SRI 시장

"장기 수익률 양호"…'착한 기업' 찜
사회책임투자는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책임투자 관련 자율규범을 제정하는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 따르면 PRI를 지키겠다고 서명한 기관의 운용자산 총액은 지난 7월 기준 80조달러(약 9264조원)에 달한다. 호주·뉴질랜드는 전체 자산의 절반이 책임투자 방식으로 운용된다. 최근에는 책임투자원칙에 맞는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전 세계 패시브 지속가능펀드 자산은 약 1019억달러를 기록했다. 5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이 커지는 것은 수익률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재무 정보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가치도 평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MSCI 월드 SRI지수의 3년 위험조정 수익률(펀드가 수익을 올리는 데 수반되는 위험을 고려한 수익률)은 1.63%로, 벤치마크인 MSCI월드지수(1.55%)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에 따르면 ESG등급 하위 20% 기업들은 상위 20% 기업과 비교했을 때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며 “ESG등급을 장기적인 자산배분에 사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장기성과 좋아 관심 가질만

국내 책임투자 시장 규모는 7조3600억여원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중 국민연금이 7조원 정도를 차지한다. 성장세는 빠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SRI 펀드의 순자산과 개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공모형 SRI 펀드는 총 22개, 순자산은 3600억원 규모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자산이 세 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연기금 투자 규모 증가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톰슨로이터 등 국제금융정보회사가 제공하는 ESG 스코어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한다. ESG 스코어에는 환경(환경전략, 환경조직 등) 사회(근로자, 경쟁사, 협력사, 소비자와의 관계 등) 지배구조(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투명성) 등이 반영된다. 한국 기업 중에선 에쓰오일, 삼성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동서 등이 ESG스코어 상위 기업으로 꼽힌다. LG화학, 한국가스공사 등은 최근 ESG스코어가 크게 증가한 기업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