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리프트권 등 '반값 할인' 뜨자마자 1초 만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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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온라인몰 11월의 쇼핑 전쟁
中 광군제·美 블프 흥행몰이에 국내 유통사들도 '파격가' 경쟁
G마켓·옥션, 하루 454만개 팔아
11번가, 11일까지 연일 특가행사
위메프 '반값 할인' 한정판매
10월 '官 주도' 행사 썰렁했는데
11월 민간 주도 행사서는 '대박'
미끼상품 이용한 '꼼수' 논란도
中 광군제·美 블프 흥행몰이에 국내 유통사들도 '파격가' 경쟁
G마켓·옥션, 하루 454만개 팔아
11번가, 11일까지 연일 특가행사
위메프 '반값 할인' 한정판매
10월 '官 주도' 행사 썰렁했는데
11월 민간 주도 행사서는 '대박'
미끼상품 이용한 '꼼수' 논란도

다음날 휘닉스평창 리프트권 구입을 다시 시도했다. 가격은 단돈 1111원이다. 평소에는 온라인에 싸게 나와도 2만~3만원. 사실상 ‘거저’ 주는 셈이었다. 에어팟보다 수량이 두 배 많은 2000개였지만, 또 실패였다. 위메프 관계자는 “11시에 맞춰 들어오는 사람이 족히 수십만 명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 대대적인 ‘파격가 할인’을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온라인쇼핑몰은 11번가다. 2008년 11번가를 브랜드명으로 쓰기 시작한 뒤 숫자 ‘11’을 특화해 11월11일을 ‘십일절’이라 부르며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섰다. 주로 특가상품을 시간을 정해 놓고 판매하는 방식을 썼다. 국내 유통사들은 2~3년 전까지 11번가의 십일절 행사에 대응하지 않았다. 11월은 쇼핑 비수기였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오랫동안 11월을 추석 명절과 연말 사이에 낀 ‘재미없는 달’로 불렀다.
하지만 중국 광군제가 하루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자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랜드 아모레퍼시픽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광군제 때 알리바바에서 하루 수백억원씩 매출 실적을 거두는 걸 목격했다. 소비자만 빼앗기는 게 아니라 협력사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이랜드는 이번 광군제를 앞두고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 ‘왕훙’을 섭외했다. 국내보다 중국 시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상품 정보를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줬다. 이랜드 같은 ‘스타기업’ 발굴을 위해 알리바바 아마존 징둥닷컴 등은 국내에 사무소까지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위메프가 치고 나가자 국내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코리아도 움직였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중인 G마켓과 옥션은 지난 1일부터 ‘빅스마일데이’란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할인 상품만 약 1000만 개에 달한다. 할인율도 최대 70%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애플 에어팟, LG전자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 프라엘, AHC 화장품 등 품목당 10억원어치 이상 판매된 상품이 속출했다. 평소엔 품목당 주 1억원만 넘겨도 ‘대박’으로 불렸는데, 이달엔 초대박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필립스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등 50% 이상 세일한 상품이 특히 잘 팔렸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필립스 커피머신은 평소 할인 행사 때 200개도 팔기 어려운데, 이번에 3000개를 준비해 사흘 만에 모두 팔았다”며 “할인율이 높기도 했지만,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대거 확보한 게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할인 행사를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쿠팡도 올해엔 ‘블랙 프라이데이’ 코너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쿠첸 밥솥, SK매직 전기그릴, 한일의료기 전기매트 등을 50% 이상 할인 판매했다. 테팔 공기청정기, 세븐라이너 다리 안마기 등도 할인율을 40~50%로 높게 책정했다.
할인 물량 더 늘어나야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소비자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원하는데, 국내에선 아직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게 한계”라며 “앞으로 11월 쇼핑 행사가 자리 잡고, 국내 기업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제품을 대상으로 할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