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러다임 전환' 적임자 평가…"부처 내 지지기반 부족" 평가도
노형욱 국무조정실장도 예산 전문가…EPB 출신 중용 추세 뚜렷
경제수장에 또 기획원(EPB) 출신…소통·협치에 '방점'
9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김동연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공직생활을 경제기획원(EPB)에서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도 재무부가 아닌 경제기획원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현재의 기획재정부는 2008년 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합쳐지면서 탄생한 조직이다.

그 직후 기재부의 수장은 주로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돌아가며 맡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재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윤증현, 박재완 전 장관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흐름이 바뀌었다.

당시 기재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됐고 EPB 출신으로 정책통인 현오석 전 부총리가 경제사령탑 자리를 맡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최경환 전 부총리도 관료 시절 EPB에 몸 담았던 인물이다.

다만 현 정부 들어서는 EPB 출신 중에서도 예산 전문가들이 발탁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난 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김동연 부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 모두 주전공이 예산이다.
경제수장에 또 기획원(EPB) 출신…소통·협치에 '방점'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은 색깔이 좀 다르다.

과거 재무부는 주로 세제와 금융·외환 정책을 담당했고 EPB는 예산과 경제 개발 계획을 맡았다.

재무부가 일사불란한 성격이 강했다면 EPB는 업무 특성상 중장기적인 분석과 전망이 중요했고 자연스럽게 토론과 소통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4∼1967년 부총리를 지냈던 고 장기영 씨가 경제부처 장관들과 끝장 토론을 벌였던 '녹실(錄室) 회의'가 그 예다.

녹실 회의는 이른바 '서별관회의'로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지만, 2016년 대우조선해양 지원 결정 과정에서 '밀실 행정' 논란이 제기되면서 관치금융의 적폐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정부 들어 서별관회의는 사라졌지만 김 부총리는 주요 이슈에 대해 관계 장관들이 모여 자유롭게 논의하는 '경제현안 간담회'를 통해 부처 간 소통·협치 노력을 이어갔다.

여기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격의 없는 토론을 즐기는 김 부총리의 EPB 출신 업무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홍 내정자 역시 EPB 출신이라는 점에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소통 과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득분배 격차, 세대갈등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갈등을 받아들이되, 적극적인 소통 노력으로 부작용을 완화하려는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내정자는 예산실 이력이 뚜렷했던 김 부총리와는 달리 국장 보직 때부터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컨트롤타워로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실제 복권위 사무처장,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청와대 기획비서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

일각에서는 홍 내정자가 다양하고 폭넓은 역할을 해온 탓에 경제부처 내에서 확실한 '지지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온 홍 내정자가 얼마나 빠른 시간내 청와대 참모와 경제부처 장관들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중심을 잡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 현안을 두루 꼼꼼하게 챙기면서 업무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경제부처 내 특정 라인이나 계파에 뚜렷하게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꼬다이(단독)'라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다른 EPB 출신으로 예산실에서 잔뼈가 굵은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홍 내정자로부터 국무조정실장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EPB 전성시대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