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요율검증 의뢰…삼성·현대·DB·KB 등 '빅4'도 검증 채비
"이대론 올해 7천억, 내년 1조4천억 영업적자"…손해율도 90%대로 껑충
자동차보험료 11∼12월 중 3% 오를 듯…손보사들 인상준비 돌입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11∼12월 중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전망이다.

인상폭은 3% 안팎이 유력하다.

1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기본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 업계 6위로, 100만건(시장점유율 약 5%)이 가입돼 있다.

메리츠화재가 검증을 의뢰한 기본보험료 인상률은 약 3%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요율 검증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인상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 1위 삼성화재도 조만간 요율 검증을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다른 '빅4' 손보사 역시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마련해 둔 상태다.

이들도 3% 안팎의 인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과거와 마찬가지로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악사손해보험 등 중소형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는 정비요금 인상을 반영한 것이다.

주요 손보사들은 현재까지 정비업체 약 2천곳과 정비요금을 재산정해 계약했다.

지난 6월 말 국토교통부의 적정 정비요금 공표 당시에는 2.9% 정도의 보험료 인상 효과가 예상됐지만, 실제 재계약 결과 3.4%의 인상 압박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손보사 임원은 "정비요금은 원가에 해당하는 것이다.

원가가 오른 만큼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보험금 누수를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손보사 임원도 "당장 정비요금이 올라 예전보다 지급액이 늘어난 보상 담당자들 사이에서 아우성이 나온다"며 "결국 상품(보험료)에 손 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여름 폭염과 사고 증가, 정비요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올해 연간 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10월의 경우 1천400억원까지 적자폭이 커졌다.

최근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운 손보사들의 시장예측을 종합하면 내년에 최대 1조4천억원의 적자가 쌓일 것으로 전망됐다.

갈수록 적자가 누적되자 시장점유율과 가격경쟁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중소형사들 사이에선 대형사가 먼저 보험료를 올려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실제로 손보사들 입장에선 당장에라도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손해율(발생손해액/경과보험료)이 치솟은 상태다.

손해율은 80% 안팎이 손익분기점이다.

통상 1%포인트(p) 변동이 약 1천억원의 흑자·적자 요인으로 여겨진다.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가을 들어 90%를 넘어섰다.

10월 가마감 기준으로 삼성화재(90.4%)·현대해상(93.8%)·DB손보(92.8%)·KB손보(94.5%) 등 빅4 손보사가 모두 90%를 웃돌았다.

흥국화재와 MG손해보험은 이미 100%를 넘었고, 메리츠화재도 90%에 육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인상 요인이 생겼는데도 무작정 억누르다간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자 누적을 그대로 두면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보험금 지급이 까다로워지거나 불량물건 인수가 거절되는 등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적자 누적은 업계의 '출혈경쟁'이 자초한 측면도 있는 만큼,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적정 수준'의 인상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료 조정과 별개로 사고처리를 합리화하는 등 보험금 누수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년 초 내놓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