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업종 대형주부터 샀던 외국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목
“시진핑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무역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린 트위터 글에 다음날 아시아 증시가 급등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끝이 보인다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위한 초안을 작성하라고 했다는 미국 블룸버그통신 보도는 이런 희망을 더욱 부풀게 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엇갈린 발언이 나오고, 현실적으로 타협이 쉽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다음달 1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글로벌 증시의 향방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이란 원유 수출 제재, 미국 중간선거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이 끝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중 정상회담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 유입 기대

전기전자 업종 대형주부터 샀던 외국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목
미·중 정상회담 결과 무역분쟁이 완화된다면 한국 증시는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증시가 무역분쟁 영향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하단에 있다”며 “무역분쟁이 완화되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권 증시의 반등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아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박 연구원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 협상이 어떻게 진척되느냐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다행히 중국이 유화적인 입장을 잇달아 내비치고 있어 시간이 흐르면서 무역분쟁 완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은 이미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7거래일 동안 1조233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직전 7거래일(10월22~30일) 동안 1조8864억원어치 순매도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원 가까이 팔았던 만큼 분위기만 바뀌면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김우신 파트너는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올 것에 대비해 외국인이 살 만한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SK하이닉스를 꼽았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만큼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살 때는 항상 전기전자 업종의 대형주부터 사기 때문이다.

◆엔터주·화장품주도 관심

철강과 화학, 기계 등 중간재 종목들도 무역분쟁 완화에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의 1차 피해 업종은 최종재보다는 중간재”라며 “무역분쟁 우려가 감소하면 단기적으로 소재와 기계 등 중간재에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고 봤다.

중국 소비 관련주도 무역분쟁 완화 수혜주로 꼽힌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에스엠이나 아모레퍼시픽 같은 종목이다. 특히 이번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중국이 받아들인다면 한국 엔터주나 미디어주도 혜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학수 파트너는 “에스엠은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NCT 차이나’의 중국 데뷔를 추진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분쟁 여파로 주가가 함께 내린 실적 개선 종목을 싸게 매수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찬홍 파트너는 “시장이 하락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종목도 다 같이 내렸다”며 “시장의 불안이 진정되면 미래가 밝은 종목은 가파른 상승세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파트너는 에이치엘비와 삼성전기를 대표 종목으로 들었다. 그는 “에이치엘비는 자회사 LSKB가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내년에 순조롭게 신약이 시판되면 수조원대 가치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고봉준 파트너는 미래에셋대우, 카카오, 현대미포조선을 추천했다. 카카오는 신규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고, 미래에셋대우는 무역분쟁 완화로 증시가 상승하면 증권주도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선박 수주가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기대를 갖게 한다는 설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