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스카이사이클 조감도(왼쪽부터),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 위에 건설된 자전거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교차로 위 자전거길.
영국 런던 스카이사이클 조감도(왼쪽부터),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 위에 건설된 자전거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교차로 위 자전거길.
서울시가 자전거 친화적 환경을 구축한 유럽 유명 도시처럼 도심에 자전거 전용 입체도로를 조성하기로 했다. 차도나 인도를 줄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와 지하도로, 자전거 전용 대교 등도 생겨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미래형 신개념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시민 아이디어를 묻는 ‘에코-바이크라인 아이디어 공모전’을 다음달 17일까지 연다.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교통체증 등 악화되는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전거 이용률을 높일 계획”이라며 “도심 내 새로운 출퇴근 경로로 건설할 만한 ‘입체적인’ 자전거 도로 구상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입체적 자전거길 새로 만든다

서울시는 차도 등을 줄여 자전거길을 넓히거나 자전거 우선도로를 지정하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보도를 나눠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자니 보행공간이 부족해지고, 차로를 줄이자니 교통혼잡이 발생한다”며 “영국 네덜란드처럼 완전히 새로운 입체형 자전거 도로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가다리 밑에 자전거 도로를 새로 붙이거나(스카이바이크덱), 철도역사 버스정거장 항구 교차로 등 기존 인프라 상공에 자전거길을 만드는 방식(스카이바이크웨이)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도로공간의 입체개발에 관한 법’이 연내 또는 내년 통과되면 자전거 입체도로 구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시내 자전거 도로는 888㎞다. 10년 전(715㎞)에 비해 173㎞ 늘어났다. 다만 888㎞ 가운데 ‘제대로 된 자전거길’은 한강공원 등 하천변 260㎞에 불과하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로변 자전거 도로(614㎞)엔 사실상 자동차가 점령한 자전거 우선도로 113㎞,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 262㎞ 등이 포함돼 있다.

세계 각국은 ‘자전거 도시’로 변신 중

유럽의 도시들은 일찌감치 자전거용 입체도로를 구축했다. 영국 런던은 2013년부터 길이 219㎞, 너비 15m에 이르는 양방향 자전거 도로 ‘스카이사이클’을 조성 중이다. 2033년까지 1조여원을 들여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열차 위 상공 등을 따라 자전거길을 놓는 ‘스카이바이크웨이’ 방식이다. 고속도로 나들목(IC)에 해당하는 자전거 진출입로 200여 개를 철도역사와 연계해 만들 예정이다. 2025년까지 도심 내 총연장 900㎞ 자전거 고속도로를 개설하는 ‘런던 사이클 액션플랜’도 추진 중이다.

중국 샤먼엔 길이 7.6㎞의 양방향 자전거 도로가 지난해 1월 개통했다. 버스 등이 다니는 고가도로 밑에 ‘스카이바이크덱’ 방식으로 설치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도 항구 위 공간을 활용한 자전거 도로가 2014년 6월 개통해 지역 명물로 자리잡았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자전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파리2020계획’을 통해 파리 시내 자전거 도로를 2020년까지 1400㎞ 개설하기로 하고, 센강변 2차로 가운데 1차로를 자전거 도로로 바꿨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