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호 성균관대 의대 학장 "인성 점수 미달하면 국시 1등도 인턴 불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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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문학교실' 개설한 최연호 성균관대 의대 학장
인문학 바탕 의대 교육과정 구체화
내년 인성 기반 절대평가제 도입
"AI시대에 휴머니즘 더 중요해져
의대를 '인성 사관학교'로 키울 것"
인문학 바탕 의대 교육과정 구체화
내년 인성 기반 절대평가제 도입
"AI시대에 휴머니즘 더 중요해져
의대를 '인성 사관학교'로 키울 것"
“의학 지식만으로는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남의 마음을 이해하고 읽을 줄 아는 의사가 돼야 합니다. 성균관대 의대에 인성에 기반한 절대평가제를 도입해 의사들의 ‘인성 사관학교’가 되겠습니다.”
최연호 성균관대 의대 학장(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2020년부터 교육과정을 절대평가제로 바꾸고 인성평가를 도입해 휴머니즘 중심의 문화 유전자를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한 그는 지난 1월 의대 학장에 취임했다. 9월 성균관대 의대에 의료인문학교실을 개설한 뒤 초대 주임교수를 맡았다. 최 학장은 “인성평가 점수가 부족하면 다른 성적이 1등이라도 삼성서울병원 인턴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성이 훌륭한 학생만 입학해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로 배출되는 풍토를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2년 전 교육부학장보를 맡으며 의대 교육업무를 담당했다. 교육부학장, 교무부학장 등을 지내며 ‘인문학 기반 의대 교육과정’을 구체화했다. 8월 서울 일원동 삼성생명빌딩에 새롭게 문을 연 의대 임상교육장은 그의 교육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사방이 유리로 뚫린 개방형 공간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최 학장은 “학생들이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다”며 “교수들이 학생을 교육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학장은 40명 정원의 모든 의대생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다. 의료인문학교실도 이런 관심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팀 과제 등을 할 때 ‘무임승차자’와 같은 조가 되면 팀워크가 깨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무임승차하는 학생은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 그는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 숨겨진 커리큘럼을 만들고 학생들의 동료 평가를 인성평가 항목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진료 경험도 도움이 됐다. 최 학장은 “구토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를 보면 보호자의 양육법이 문제일 때가 많다”며 “의사가 약만 처방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의대 교육에 심리학 철학 경제학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이유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로 갈수록 휴머니즘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학장 집무실 한편에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300여 권이 빼곡히 꽂혀 있다. 그는 “과학과 인문학이 연결되는 의학은 통섭의 학문”이라며 “의사를 서비스업 종사자로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의사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학장은 “성균관대 의대에서 새로운 인성교육을 시작하면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최연호 성균관대 의대 학장(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2020년부터 교육과정을 절대평가제로 바꾸고 인성평가를 도입해 휴머니즘 중심의 문화 유전자를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한 그는 지난 1월 의대 학장에 취임했다. 9월 성균관대 의대에 의료인문학교실을 개설한 뒤 초대 주임교수를 맡았다. 최 학장은 “인성평가 점수가 부족하면 다른 성적이 1등이라도 삼성서울병원 인턴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성이 훌륭한 학생만 입학해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로 배출되는 풍토를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2년 전 교육부학장보를 맡으며 의대 교육업무를 담당했다. 교육부학장, 교무부학장 등을 지내며 ‘인문학 기반 의대 교육과정’을 구체화했다. 8월 서울 일원동 삼성생명빌딩에 새롭게 문을 연 의대 임상교육장은 그의 교육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사방이 유리로 뚫린 개방형 공간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최 학장은 “학생들이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다”며 “교수들이 학생을 교육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학장은 40명 정원의 모든 의대생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다. 의료인문학교실도 이런 관심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팀 과제 등을 할 때 ‘무임승차자’와 같은 조가 되면 팀워크가 깨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무임승차하는 학생은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 그는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 숨겨진 커리큘럼을 만들고 학생들의 동료 평가를 인성평가 항목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진료 경험도 도움이 됐다. 최 학장은 “구토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를 보면 보호자의 양육법이 문제일 때가 많다”며 “의사가 약만 처방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의대 교육에 심리학 철학 경제학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이유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로 갈수록 휴머니즘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학장 집무실 한편에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300여 권이 빼곡히 꽂혀 있다. 그는 “과학과 인문학이 연결되는 의학은 통섭의 학문”이라며 “의사를 서비스업 종사자로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의사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학장은 “성균관대 의대에서 새로운 인성교육을 시작하면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