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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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내 곁을 떠났다는 것을 난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의 지난 사랑도 잊으면 안 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휴대폰 컬러링(통화연결음)을 록밴드 그룹 비지스(Bee Gees)의 ‘잊지 말아 주오(Don’t forget to remember)’로 바꿨다. 영국 3인조 밴드 비지스가 1969년 발표한 이 노래는 헤어진 연인을 향한 그리움을 시적인 가사로 표현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드팝 마니아인 김 위원장은 그동안 컬러링으로 정책의지 등을 표현해왔다. 작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프랑스혁명을 노래한 알 스튜어트의 ‘베르사유 궁전’을 컬러링으로 쓴 것을 공개하며 “재벌개혁은 혁명이 아니라 진화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새 컬러링에는 이번에 퇴임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게 공정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사석에서 장 전 실장을 ‘소울 메이트’라 부를 만큼 둘은 각별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9년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이 많았던 김 위원장이 당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인 장 전 실장을 찾아갔고, 김 위원장의 지배구조 개선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한 장 전 실장은 그에게 경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재벌개혁감시단장을 맡겼다. 장 전 실장은 2001년 경제민주화위원회의를 경제개혁센터로 바꾸고 소장 자리를 김 위원장에게 물려줬다.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중 소득주도성장은 장 전 실장이, 공정경제는 김 위원장이, 혁신성장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아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은 그동안 페이스가 너무 빨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