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기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다. 호황을 맞은 글로벌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업계가 잇달아 증설에 나서기로 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MLCC 공급과잉 우려에 힘 못쓰는 삼성전기 주가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기는 5000원(4.0%) 내린 12만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3분기 영업이익이 40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2.5% 증가했다고 발표한 데 힘입어 1일 11.0%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1주일 동안 8.4% 미끄러졌다.

MLCC업계 호황으로 삼성전기는 지난해 97%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9월 사상 최고점(16만3000원)까지 63% 올랐다. 하지만 이후 26% 떨어지며 급격히 조정받고 있다. 잇단 증설 발표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9월 5733억원을 들여 중국 MLCC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달 세계 1위 일본 무라타는 400억엔(약 3970억원)을 투자해 새 MLCC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본 교세라는 60억엔(약 590억원) 규모의 증설 투자를 발표했고, 지난 8일 대만 야교가 100억대만달러(약 367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MLCC업계가 과거 증설 경쟁으로 호황과 침체를 반복해온 만큼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8년부터 이어진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일본 로옴과 파나소닉이 MLCC 사업을 접기도 했다. 한 펀드 매니저는 “무라타와 삼성전기 등 선두권 업체는 중저가 보급형 MLCC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업황 회복기에도 증설을 최대한 자제해왔다”며 “투자자에게 증설 발표는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내년에도 삼성전기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기 영업이익은 1조8170억원으로 올해(1조1257억원)보다 4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계 증설은 주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이라며 “증설이 마무리돼도 전장용 MLCC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