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연말 가요 시상식…가수도 팬들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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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4개 신생 시상식 생겨…더 생길 가능성도
"자정작용으로 공신력 회복해야 상 권위 생긴다" 미국 팝시장 최고 권위의 '그래미 어워즈'처럼 우리 가요 시상식도 공신력을 갖추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지 십수 년이 됐다.
공정성 시비를 반성하며 한동안 내실을 다지던 시상식들이 다시 우후죽순 늘고 있다.
음악 단체, 플랫폼,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서다.
11일 가요계에 따르면 연말부터 내년 초에 집중된 올해 가요 시상식은 10여개에 이른다.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멜론 뮤직 어워드', '가온차트뮤직어워드',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 '골든디스크 시상식', '서울가요대상', 'MBC플러스 X 지니뮤직 어워드'(MGA), '한국대중음악상', '한국대중음악시상식' 등이다.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는 배우와 가수 시상식을 통합한 행사다.
일부 시상식은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K팝을 세계에 알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상 남발, 특정 기획사 몰아주기 등 구태를 반복하는 일도 적지 않다.
라이벌 기획사의 가수가 큰 상을 받게 될 듯하면 그 시상식에 소속 가수들을 내보내지 않는 일도 되풀이된다.
아이돌 쏠림이 심화한 가운데 다른 장르 음악인들이 소외된다는 문제의식도 끊이지 않는다.
◇ 10여년 전 지상파가 없앤 시상식, 2년 새 우후죽순
방송 3사는 오래전 연말 가요 시상식 제도를 폐지했다.
2006년 KBS와 MBC에 이어 2007년 SBS가 시상 제도를 폐지했고 이후 비경쟁적인 축제 형식의 무대로 꾸몄다.
이는 당시 음악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었다.
2004년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공정성 등을 지적하며 연말 가요 시상식을 폐지하라는 성명을 냈고 일부 음반제작사는 수상자 선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상파 시상식의 빈자리를 메운 건 케이블 채널과 플랫폼, 다른 언론사들이었다.
1999년 '엠넷 뮤직비디오 어워즈'가 전신인 CJ ENM 주최 'MAMA'는 아시아 대표 음악축제로 자리 잡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홍콩,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등지로 개최 장소를 옮겨가며 급성장했다.
카카오 산하 음원사이트 멜론의 '멜론 뮤직 어워즈'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원 성적이 중요한 수상 기준이어서 공정성 시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개최 목적이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어서 티켓 가격도 9천900원에 그친다.
판매수익은 기부된다.
여기에 일간스포츠 주최 골든디스크(1986년 시작), 스포츠서울 주최 서울가요대상(1990년 시작) 등이 전통을 이어왔다.
시상식이 갑자기 늘어난 건 2016년부터다.
스타뉴스 주최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가 킥오프를 했고, 이듬해 소리바다가 주최하는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가 개막했다.
MBC플러스와 지니뮤직이 공동 주최하는 'MGA', 대한가수협회·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6개 음악 단체가 주최하는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은 올해 첫발을 뗐다.
지난 2년간 무려 4개의 새로운 가요 시상식이 생겨난 것이다. ◇ 가수도 힘들고 팬도 지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가수들의 스케줄 강도는 살인적으로 높아진다.
"어떤 시상식에는 가고 우리한테는 왜 안오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어서다.
일단 한 군데 참석하기로 했으면 남은 시상식에도 얼굴을 안 비치긴 어렵다.
월드투어로 스케줄이 빡빡한 방탄소년단도 이미 8월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 지난 6일 '2018 MGA' 무대에 섰으며 28일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참석도 확정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스케줄에 맞게 공신력 있는 시상식만 골라 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주최 측과 관계가 틀어질까 봐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음반기획사와 음원서비스 사업자 등이 회원사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국장도 "회원사들은 관계 때문에 특정 시상식만 나갈 수 없어 소모적이라고 우려한다"며 "근래 K팝의 글로벌한 인기로 K팝 스타들의 공연 형식 이벤트가 시장성과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생겨나는 것 같다.
시상식이 더 생길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팬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투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기상은 대체로 투표 100%로 이뤄져 팬들의 경쟁심을 자극한다.
이로 인해 아이돌 팬카페에는 투표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며 '화력을 낮추지 말라'고 독려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이즈원 팬 이정욱(33)씨는 "아이즈원이 'MAMA' 신인상 후보로 올랐다는 말에 매일 투표했다.
주변에 사정사정해서 지인 ID까지 빌렸다.
신인상은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특별한 상이라 꼭 타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워너원 팬 김서윤(34)씨는 "얼마 전 'MGA'가 무료 회원은 부문별로 1일 1표 투표할 수 있는데 유료 회원은 1일 3표였다.
평소 멜론을 이용했지만 지니뮤직 유료 스트리밍 이용권을 구매했다"고 전했다. ◇ 옥석 가리기 가능할까…자정작용 필요
가요계는 당장 통합 시상식 등 궁극적인 개선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았다.
최광호 사무국장은 "주최 측마다 이해관계와 사업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가수들도 해외 유수 시상식처럼 권위 있는 시상식 한두개에 출연하길 원할 텐데, 향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추세로 시상식이 늘어난다면, 가수들도 결국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러면 숱한 영화제, 페스티벌이 생겼다가 사라지듯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가요 시상식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필요한 건 자정작용이다.
합당한 음원과 음반 판매 자료, 공신력 있는 기관 리서치를 바탕으로 수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수상의 중요한 기준인 음원 성적부터 믿을 수 없으면 시상식 권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서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와 밴드 칵스 멤버 숀의 '웨이 백 홈'(WAY BACK HOME) 음원이 예상치 못하게 차트 1위를 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또 시상식이 가수들을 동원한 수익 사업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익명을 요구한 시상식 관계자는 "돈벌이가 된다는 일부 시상식은 소비재 브랜드와 연계해 특정 상품을 사면 티켓을 주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무료티켓을 암암리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작자, 유통사, 방송사가 모두 각성해야 시상식 권위를 되살릴 수 있다.
가수들도 해외 콘서트 등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꼭 수상 대상이 아니어도 참여해 축제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정작용으로 공신력 회복해야 상 권위 생긴다" 미국 팝시장 최고 권위의 '그래미 어워즈'처럼 우리 가요 시상식도 공신력을 갖추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지 십수 년이 됐다.
공정성 시비를 반성하며 한동안 내실을 다지던 시상식들이 다시 우후죽순 늘고 있다.
음악 단체, 플랫폼,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서다.
11일 가요계에 따르면 연말부터 내년 초에 집중된 올해 가요 시상식은 10여개에 이른다.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멜론 뮤직 어워드', '가온차트뮤직어워드',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 '골든디스크 시상식', '서울가요대상', 'MBC플러스 X 지니뮤직 어워드'(MGA), '한국대중음악상', '한국대중음악시상식' 등이다.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는 배우와 가수 시상식을 통합한 행사다.
일부 시상식은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K팝을 세계에 알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상 남발, 특정 기획사 몰아주기 등 구태를 반복하는 일도 적지 않다.
라이벌 기획사의 가수가 큰 상을 받게 될 듯하면 그 시상식에 소속 가수들을 내보내지 않는 일도 되풀이된다.
아이돌 쏠림이 심화한 가운데 다른 장르 음악인들이 소외된다는 문제의식도 끊이지 않는다.
◇ 10여년 전 지상파가 없앤 시상식, 2년 새 우후죽순
방송 3사는 오래전 연말 가요 시상식 제도를 폐지했다.
2006년 KBS와 MBC에 이어 2007년 SBS가 시상 제도를 폐지했고 이후 비경쟁적인 축제 형식의 무대로 꾸몄다.
이는 당시 음악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었다.
2004년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공정성 등을 지적하며 연말 가요 시상식을 폐지하라는 성명을 냈고 일부 음반제작사는 수상자 선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상파 시상식의 빈자리를 메운 건 케이블 채널과 플랫폼, 다른 언론사들이었다.
1999년 '엠넷 뮤직비디오 어워즈'가 전신인 CJ ENM 주최 'MAMA'는 아시아 대표 음악축제로 자리 잡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홍콩,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등지로 개최 장소를 옮겨가며 급성장했다.
카카오 산하 음원사이트 멜론의 '멜론 뮤직 어워즈'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원 성적이 중요한 수상 기준이어서 공정성 시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개최 목적이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어서 티켓 가격도 9천900원에 그친다.
판매수익은 기부된다.
여기에 일간스포츠 주최 골든디스크(1986년 시작), 스포츠서울 주최 서울가요대상(1990년 시작) 등이 전통을 이어왔다.
시상식이 갑자기 늘어난 건 2016년부터다.
스타뉴스 주최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가 킥오프를 했고, 이듬해 소리바다가 주최하는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가 개막했다.
MBC플러스와 지니뮤직이 공동 주최하는 'MGA', 대한가수협회·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6개 음악 단체가 주최하는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은 올해 첫발을 뗐다.
지난 2년간 무려 4개의 새로운 가요 시상식이 생겨난 것이다. ◇ 가수도 힘들고 팬도 지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가수들의 스케줄 강도는 살인적으로 높아진다.
"어떤 시상식에는 가고 우리한테는 왜 안오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어서다.
일단 한 군데 참석하기로 했으면 남은 시상식에도 얼굴을 안 비치긴 어렵다.
월드투어로 스케줄이 빡빡한 방탄소년단도 이미 8월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 지난 6일 '2018 MGA' 무대에 섰으며 28일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참석도 확정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스케줄에 맞게 공신력 있는 시상식만 골라 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주최 측과 관계가 틀어질까 봐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음반기획사와 음원서비스 사업자 등이 회원사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국장도 "회원사들은 관계 때문에 특정 시상식만 나갈 수 없어 소모적이라고 우려한다"며 "근래 K팝의 글로벌한 인기로 K팝 스타들의 공연 형식 이벤트가 시장성과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생겨나는 것 같다.
시상식이 더 생길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팬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투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기상은 대체로 투표 100%로 이뤄져 팬들의 경쟁심을 자극한다.
이로 인해 아이돌 팬카페에는 투표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며 '화력을 낮추지 말라'고 독려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이즈원 팬 이정욱(33)씨는 "아이즈원이 'MAMA' 신인상 후보로 올랐다는 말에 매일 투표했다.
주변에 사정사정해서 지인 ID까지 빌렸다.
신인상은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특별한 상이라 꼭 타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워너원 팬 김서윤(34)씨는 "얼마 전 'MGA'가 무료 회원은 부문별로 1일 1표 투표할 수 있는데 유료 회원은 1일 3표였다.
평소 멜론을 이용했지만 지니뮤직 유료 스트리밍 이용권을 구매했다"고 전했다. ◇ 옥석 가리기 가능할까…자정작용 필요
가요계는 당장 통합 시상식 등 궁극적인 개선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았다.
최광호 사무국장은 "주최 측마다 이해관계와 사업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가수들도 해외 유수 시상식처럼 권위 있는 시상식 한두개에 출연하길 원할 텐데, 향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추세로 시상식이 늘어난다면, 가수들도 결국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러면 숱한 영화제, 페스티벌이 생겼다가 사라지듯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가요 시상식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필요한 건 자정작용이다.
합당한 음원과 음반 판매 자료, 공신력 있는 기관 리서치를 바탕으로 수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수상의 중요한 기준인 음원 성적부터 믿을 수 없으면 시상식 권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서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와 밴드 칵스 멤버 숀의 '웨이 백 홈'(WAY BACK HOME) 음원이 예상치 못하게 차트 1위를 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또 시상식이 가수들을 동원한 수익 사업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익명을 요구한 시상식 관계자는 "돈벌이가 된다는 일부 시상식은 소비재 브랜드와 연계해 특정 상품을 사면 티켓을 주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무료티켓을 암암리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작자, 유통사, 방송사가 모두 각성해야 시상식 권위를 되살릴 수 있다.
가수들도 해외 콘서트 등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꼭 수상 대상이 아니어도 참여해 축제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