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막을 앞두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연습 중인 조승우(왼쪽).
13일 개막을 앞두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연습 중인 조승우(왼쪽).
조승우, 김준수 등 스타 배우들의 강력한 팬덤을 타고 뮤지컬 명작 열풍이 불고 있다. 조승우를 내세운 ‘지킬앤하이드’, 김준수의 복귀작 ‘엘리자벳’, 유연석을 캐스팅한 ‘젠틀맨스 가이드’가 대표작이다. 작품들도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인 데다 폭발적인 팬덤까지 더해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들을 기용해 치열한 연말 뮤지컬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기획사들의 전략이다. 매진 행렬이 벌어지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잇따라 오르는 등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례적 매진 행렬 ‘지킬앤하이드’

가장 화제가 되는 작품은 오디컴퍼니의 ‘지킬앤하이드’다. 13일부터 내년 5월19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이미 9만여 장의 티켓이 동났다. 개막 3개월 전부터 총 3차에 걸쳐 이뤄진 예매에서 모두 매진됐다. 특히 1차 예매에선 사이트가 열린 지 2분 만에 표가 다 팔렸다. 대부분 작품이 개막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점차 티켓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과 다른 이례적인 흐름이다.

우선 2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배우 조승우의 티켓 파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승우는 한 인물이 지닌 두 가지 인격,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하며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표현한다. 그는 2004년 이 작품의 국내 초연 당시 출연해 단숨에 뮤지컬계의 독보적인 배우로 등극했다. 2006년, 2010년에도 출연했으며 2014년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에도 참여했다. 조승우는 개막 전 공개한 인터뷰 영상을 통해 “‘지킬앤하이드’는 도전할 만한 가치를 주는 작품”이라며 “이번 시즌에서는 보물찾기를 하듯 이전에 못 느꼈던 감정들을 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뮤지컬 스타 김준수
뮤지컬 스타 김준수
조승우뿐만 아니라 홍광호, 박은태라는 최강 라인업을 갖췄다. 이들은 조승우와 함께 역대 지킬앤하이드 역을 가장 훌륭히 소화해낸 배우로 꼽힌다. 홍광호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폭넓은 음역대와 독특한 음색을 자랑한다. 박은태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아름다운 보컬로 호평받고 있다. 이 같은 캐스팅 덕분에 모든 회차의 티켓이 골고루 팔렸다. 다른 캐스팅도 화려하다. 지킬을 사랑하는 루시 역은 윤공주, 아이비, 해나가 맡았다. 지킬의 약혼녀 엠마 역엔 이정화와 민경아가 캐스팅됐다.

김준수, 유연석 등의 뮤지컬계 귀환

뮤지컬계 최고의 아이돌로 꼽히는 김준수는 제대 후 복귀작으로 EMK뮤지컬컴퍼니의 ‘엘리자벳’을 선택했다. 자신의 대표 캐릭터인 ‘죽음’으로 화려한 귀환을 알린다.

유연석
유연석
이달 17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죽음’과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황후 엘리자벳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 옥주현, 김소현, 신영숙이 엘리자벳으로 캐스팅이 확정된 데 이어 김준수가 5년 만에 죽음 역할로 돌아와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김준수는 이 작품의 2012년 초연과 2013년 앙코르 공연에서 호평받았다. ‘엘리자벳’을 통한 복귀 소식이 알려지자 일반 팬뿐만 아니라 뮤덕(뮤지컬 덕후)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를 휩쓴 ‘젠틀맨스 가이드’(기획사 쇼노트)의 국내 초연 무대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구동매 역할로 인기를 얻은 배우 유연석이 출연한다. 유연석은 2015년 ‘벽을 뚫는 남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헤드윅’에 도전하는 등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력을 꾸준히 쌓아왔다.

지난 9일 시작해 내년 1월27일까지 서울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다.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유연석은 나바로 역할을 맡았다. 같은 역할에 김동완, 서경수가 캐스팅됐다. 다이스퀴스 가문의 1인 9역은 뮤지컬계 베테랑 오만석, 한지상, 이규형이 맡아 유쾌한 대결을 펼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