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래량 5년 만에 최저…집값 하락 신호?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일평균 기준)이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과거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은 정비례 관계를 보인 때가 많았다. 매매 거래가 늘면 아파트값이 상승했고, 거래가 줄면 아파트값도 하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래량만으로 내년 장세를 예측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도세 중과, 임대사업자 등록 등에 따라 잠겨 버린 매물이 많아서다.

거래 감소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서울 아파트 거래가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이 시행된 9월을 기점으로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12일까지 일평균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21건으로, 9월(410건)과 10월(330건)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지난해 같은 달(213건)보다도 23.5% 줄었다. 급등하던 서울 아파트값도 지난 5일 기준 1년2개월 만에 보합으로 전환했다. 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통계를 보면 거래량이 줄 때 매매 가격은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감정원이 거래량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올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과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매매 거래량이 한 해 14만1812건에 육박했던 2006년 아파트값은 24.1% 급등했다. 거래량도 서울의 12년간 연평균 거래량(8만5616건)보다 1.6배 많았다.

반대로 지난 12년간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2012년(4만4771건)엔 아파트값이 최대 하락률(-4.5%)을 나타냈다. 월간 서울 아파트 거래가 1만 건을 넘는 달이 없던 2013년에도 아파트값이 한 해 동안 1.3% 떨어졌다.
서울 거래량 5년 만에 최저…집값 하락 신호?
“현재는 비정상 시장”

다만 2016년 이후 아파트값과 거래량 추이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간 단위로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만7897건으로, 전년(12만2606건)보다 적었다. 하지만 아파트값 상승률은 4.7%로, 전년보다 1.5%포인트 높았다. 올해도 비슷하다. 올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7687건)은 전년 동기(1만5421)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월간 상승률은 0.6%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돌아가는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8년 이상 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세제 혜택과 높은 양도소득세 등으로 시장에 나온 매물이 적다 보니 거래가 줄어도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하려면 집주인이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야 하는데 양도세가 높아 집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며 “집주인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 가격이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량과 가격은 정비례 관계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연초부터 거래 없이 호가가 지나치게 오른 탓에 시장이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거래량 감소=매매가 하락’ 공식이 유지될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 나올 매물이 적어 가격이 오른다는 시각과 공시가율 인상, 공급 대책 등이 현실화되면 매물이 나올 거란 전망이 공존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면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매물로 나오고, 수도권 신도시 공급 계획이 확정되면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8·2 대책’ 등 연이은 정부 규제로 매수자 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줄었다”며 “단순히 거래량이 줄었다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고, 3기 신도시 조성 등 공급 대책, 기준금리 인상, 공시가율 조정 등이 집값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