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뇌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 중 내년 만기액이 79조원에 달한다며 이 중 상당수 기업이 디폴트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부채 축소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어서다.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위안화 채무는 3850억위안(약 62조6800억원), 해외에서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은 145억달러(약 16조4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부채총액 3550억달러(약 401조원) 가운데 79조원 규모의 만기가 내년에 닥친다는 얘기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중국 부동산 관련 부채를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중대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에 부동산 시장이 큰 역할을 해온 만큼 부동산업계의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중국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미·중 통상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3분기 6.5%(전년 동기 대비)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알라 부세히리 BNP파리바자산운용 신흥시장 회사채 책임자는 “내년 걱정거리는 중국 부동산업계의 부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9월부터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업체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인 달러 표시 채권 금리는 이달 초 연 11.2%로 치솟았다. 올해 초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4년 만의 최고치다.

중국 부동산 업체의 디폴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란징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중훙, 신광, 우저우궈지, 상링 등 6개 부동산 개발업체가 디폴트를 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채권 만기가 무더기로 다가오면서 자금 조달난이 심화하는 데다 투자심리 악화로 부동산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디폴트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