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삼바 사태' 판단, 법적 안정성 해쳐선 안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원칙만 규정, 해석 다양한 IFRS
금감원 '관계회사 판단'도 상반돼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처리해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금감원 '관계회사 판단'도 상반돼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처리해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시론] '삼바 사태' 판단, 법적 안정성 해쳐선 안돼](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07.14242941.1.jpg)
법률이 불명확해 벌어지는 논쟁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와 관련한 것이다.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국제회계기준(IFRS) 자체가 회계원칙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각 규정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경우 감독자는 수범자(守範者)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통거래약관상 모호한 규정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금감원은 이번 재감리 결과에서는 기존 주장과는 상반되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즉,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한 사실이 없으므로,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처음부터 연결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서는 임상시험 성공으로 콜옵션 가능성이 커져 회계법인 요청으로 변경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문제삼는 것이다. 이 사건은 금감원이 헷갈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IFRS가 헷갈리기 쉽게 돼 있다. 이처럼 감독당국도 판단이 쉽지 않은 회계처리에 관해 ‘고의’를 인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법 집행 당국의 판단은 일관되고 명확해야 한다. 법을 지켜야 하는 수범자로서는 내용보다도 명확성과 일관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기업이나 회계법인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2012년 당시를 기준으로 볼 때,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었고, 보유 지분도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오젠은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2012년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사업계획만 갖고 있는 회사였는데, 이런 상태에서 바이오젠이 콜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계약상 권리들이 방어권이 아닌, 경영 참여권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당사자 의사와 주장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적정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조금 더 차분한 상태에서 본질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이오산업은 반도체 이후 한국이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미래 먹거리다.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판단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