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테니스화·수술실용 고무신·당뇨치료 워킹화…'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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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산업 100년, 기로에 서다
(3·끝) 스마트 신발에 미래 있다
IT·헬스케어 '새 신발' 신고 해외로
나노텍세라믹스, 통풍 되는 고무신 미끄럼 방지…식당 조리화로 인기
장시간 서 있는 의사들도 찾아, 日공장 내년 가동…유럽도 진출
신기술에 승부 건다
학산, 배드민턴 등 스포츠 운동화, 동호회 입소문…국내 1·2위 다퉈
중장년 전용 나르지오 워킹화…혈액순환 도와 당뇨 완화 효과
트렉스타, 22년 만에 부산 '유턴'…로봇 투입해 자동생산시스템 구축
"인건비 따지면 수출 경쟁력 없어…제품 차별화로 틈새공략 해야"
(3·끝) 스마트 신발에 미래 있다
IT·헬스케어 '새 신발' 신고 해외로
나노텍세라믹스, 통풍 되는 고무신 미끄럼 방지…식당 조리화로 인기
장시간 서 있는 의사들도 찾아, 日공장 내년 가동…유럽도 진출
신기술에 승부 건다
학산, 배드민턴 등 스포츠 운동화, 동호회 입소문…국내 1·2위 다퉈
중장년 전용 나르지오 워킹화…혈액순환 도와 당뇨 완화 효과
트렉스타, 22년 만에 부산 '유턴'…로봇 투입해 자동생산시스템 구축
"인건비 따지면 수출 경쟁력 없어…제품 차별화로 틈새공략 해야"
나이키와 아디다스 신발을 생산해 4조원어치를 수출하던 1990년대 초 한국의 신발산업은 말 그대로 제조업이었다. 풍부한 저임금 근로자가 있어 가능했다. 2018년 한국의 신발산업은 제조로는 승부할 수 없게 됐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그 무대는 넘어갔다. 제조를 빼고 나면 신발산업 경쟁의 요소는 브랜드 디자인 엔지니어링 소재 등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브랜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경쟁요소는 신발산업의 거점인 부산 등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늦었지만 누군가는 도전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이런 면에서 학산 나노텍세라믹스 트렉스타 등은 미래 한국 신발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OEM 대신 ‘자체 브랜드 키우기’
부산의 신발 제조기업 학산은 ‘비트로(VITRO)’ 브랜드로 테니스화 배드민턴화 탁구화 등을 만든다. 세계 배드민턴용품 업계 1위인 일본 요넥스와 경쟁하면서 국내 시장점유율 30%를 유지하고 있다. 학산은 국내 신발업체 중 자체 브랜드를 고집한 드문 업체다. 1988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신발업에 뛰어든 학산은 1995년 비트로를 선보였다. ‘빛으로’라는 단어를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지난 2월 작고한 창업자(이원목 회장)가 자체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닫고 20여 년간 브랜드를 키웠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비트로를 출시하자 OEM 주문을 맡기던 외국계 스포츠 브랜드가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업계에선 일반적인 일이다. 그래도 버텨냈다. 직원들이 전국의 테니스·배드민턴 동호회를 찾아다니며 제품을 알렸다. 당시 국내 처음으로 출시한 목이 높은 ‘미드컷 테니스화’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기화에 끈 대신 다이얼로 조이는 ‘원터치 보아시스템(Boa System)’을 적용한 것도 학산이 처음이었다.
학산이 최근 5년간 제품 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70억원이 넘는다. 이를 통해 아웃솔(신발 밑창)이 쉽게 닳지 않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영식 학산 부사장은 “비트로 운동화는 차별화된 기능과 디자인으로 국내에서 저변을 탄탄히 다졌다”며 “배드민턴과 탁구 같은 종목이 인기를 끄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 공략
나노텍세라믹스는 식당이나 병원 수술실에서 쓰는 조리화 브랜드 ‘스티코(STICO)’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뚫은 중소기업이다. 고무와 세라믹을 결합한 스티코 조리화는 물기가 있는 바닥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이다. 나노텍세라믹스는 나노 세라믹 기술을 신발에 적용하기 위해 10여 년간 투자했다. 이 회사 정상옥 대표는 “기존 조리화나 장화는 미끄럽고 무거운 데다 통풍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병원 수술실에서도 스티코 제품을 신는다.
제품을 개발한 이 회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충격을 막아주고 하지정맥류나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신발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스티코 매출의 30%가량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정 대표는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50억원)의 두 배인 100억원으로 잡았다. 일본 요코하마에 짓고 있는 공장이 내년 상반기 가동된다.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이탈리아 회사와 손잡았다. 나노텍세라믹의 해외 진출전략은 중소기업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4차 산업 기술과 결합한 기능성 신발도
부산 지역의 대표적 아웃도어 브랜드인 트렉스타는 지난해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녹산산업단지로 돌아왔다. 1995년 부산에서 중국 톈진으로 공장을 옮긴 지 22년 만이었다. 이 회사는 국내 공장에서 로봇 6대를 투입한 자동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공장에서 고급 등산화 일부와 전투화를 생산한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업체에 일부 물량을 외주를 주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등산화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의료 등 스마트 헬스케어를 결합한 신발도 등장했다. 워킹화 브랜드 나르지오는 지난 2월 미국 정부로부터 ‘메디케어 당뇨·교정신발’로 승인을 받았다. 부산에서 제조하는 나르지오 워킹화는 신발 바닥창이 두 개로 분리된 기능성 운동화다. 발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게 당뇨병의 중요한 치료 방법 중 하나다.
신발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신발산업의 부활을 위한 키워드로 △부분품·소재 인프라를 활용한 자체 브랜드 육성 △니치마켓(틈새시장) 발굴 △융복합 활성화 등을 꼽는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부산의 신발 제조기업 학산은 ‘비트로(VITRO)’ 브랜드로 테니스화 배드민턴화 탁구화 등을 만든다. 세계 배드민턴용품 업계 1위인 일본 요넥스와 경쟁하면서 국내 시장점유율 30%를 유지하고 있다. 학산은 국내 신발업체 중 자체 브랜드를 고집한 드문 업체다. 1988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신발업에 뛰어든 학산은 1995년 비트로를 선보였다. ‘빛으로’라는 단어를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지난 2월 작고한 창업자(이원목 회장)가 자체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닫고 20여 년간 브랜드를 키웠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비트로를 출시하자 OEM 주문을 맡기던 외국계 스포츠 브랜드가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업계에선 일반적인 일이다. 그래도 버텨냈다. 직원들이 전국의 테니스·배드민턴 동호회를 찾아다니며 제품을 알렸다. 당시 국내 처음으로 출시한 목이 높은 ‘미드컷 테니스화’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기화에 끈 대신 다이얼로 조이는 ‘원터치 보아시스템(Boa System)’을 적용한 것도 학산이 처음이었다.
학산이 최근 5년간 제품 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70억원이 넘는다. 이를 통해 아웃솔(신발 밑창)이 쉽게 닳지 않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영식 학산 부사장은 “비트로 운동화는 차별화된 기능과 디자인으로 국내에서 저변을 탄탄히 다졌다”며 “배드민턴과 탁구 같은 종목이 인기를 끄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틈새시장 공략
나노텍세라믹스는 식당이나 병원 수술실에서 쓰는 조리화 브랜드 ‘스티코(STICO)’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뚫은 중소기업이다. 고무와 세라믹을 결합한 스티코 조리화는 물기가 있는 바닥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이다. 나노텍세라믹스는 나노 세라믹 기술을 신발에 적용하기 위해 10여 년간 투자했다. 이 회사 정상옥 대표는 “기존 조리화나 장화는 미끄럽고 무거운 데다 통풍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병원 수술실에서도 스티코 제품을 신는다.
제품을 개발한 이 회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충격을 막아주고 하지정맥류나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신발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스티코 매출의 30%가량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정 대표는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50억원)의 두 배인 100억원으로 잡았다. 일본 요코하마에 짓고 있는 공장이 내년 상반기 가동된다.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이탈리아 회사와 손잡았다. 나노텍세라믹의 해외 진출전략은 중소기업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4차 산업 기술과 결합한 기능성 신발도
부산 지역의 대표적 아웃도어 브랜드인 트렉스타는 지난해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녹산산업단지로 돌아왔다. 1995년 부산에서 중국 톈진으로 공장을 옮긴 지 22년 만이었다. 이 회사는 국내 공장에서 로봇 6대를 투입한 자동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공장에서 고급 등산화 일부와 전투화를 생산한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업체에 일부 물량을 외주를 주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등산화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의료 등 스마트 헬스케어를 결합한 신발도 등장했다. 워킹화 브랜드 나르지오는 지난 2월 미국 정부로부터 ‘메디케어 당뇨·교정신발’로 승인을 받았다. 부산에서 제조하는 나르지오 워킹화는 신발 바닥창이 두 개로 분리된 기능성 운동화다. 발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게 당뇨병의 중요한 치료 방법 중 하나다.
신발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신발산업의 부활을 위한 키워드로 △부분품·소재 인프라를 활용한 자체 브랜드 육성 △니치마켓(틈새시장) 발굴 △융복합 활성화 등을 꼽는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