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13일 그룹의 ‘정보화 전략 세미나’에 참석했다. 올해로 14회째인 이 행사에 신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신동빈 '디지털 롯데' 이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주간 임원회의 보고를 받은 뒤 곧바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롯데정보통신이 준비한 80여 개 첨단기술 시연을 둘러봤다. 롯데가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이날 행사에는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 롯데지주 주요 임원과 유통·식품·화학·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 비즈니스 유닛(BU)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올초 사장단 회의에서 “디지털로 탈바꿈하자”는 화두를 던졌다. 이후 롯데 계열사는 디지털 전환을 경쟁적으로 추진했다. 유통 계열사들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결제 로봇을 매장에 들여놨다. 이 로봇은 직원을 대신해 자동으로 결제해주고, 상품 설명을 하고, 맞춤형으로 상품 추천까지 한다. 이번 정보화 전략 세미나에도 이 로봇이 전시됐다. 롯데홈쇼핑은 홈쇼핑업계 최초로 가상현실(VR) 매장을 구축했다. 매장에 가지 않고도 마치 간 듯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상품을 골라 구매까지 할 수 있게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서울잠실점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점포 간 경계를 허문 ‘옴니채널’을 선보였다. 가구, 가전 등 부피가 큰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지 않고 태블릿PC로 볼 수 있게 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날 신 회장이 둘러본 행사장도 당장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는 기술 위주였다. 캐논코리아 안산공장에 설치된 무인 이송로봇은 제조 관련 계열사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캐논코리아는 이 로봇으로 연 4억2000만원 원가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진열 상품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외국어 설명이 뜨는 ‘외국인 쇼핑 도우미’ 앱(응용프로그램)도 시연됐다.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문제”라며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제조, 물류, 유통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