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가·실적 10년 前으로…이 와중에 美 '관세폭탄'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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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한국 자동차산업
완성차업계 끝 모를 부진
현대차 주가 장중 10만원 붕괴
기아차·쌍용차도 실적 추락
트럼프, 통상팀과 관세 논의 시작
협력사는 법정관리 신청 속출
최종구 "은행들 여신 회수보다
기업 선별해 적극 지원해야"
완성차업계 끝 모를 부진
현대차 주가 장중 10만원 붕괴
기아차·쌍용차도 실적 추락
트럼프, 통상팀과 관세 논의 시작
협력사는 법정관리 신청 속출
최종구 "은행들 여신 회수보다
기업 선별해 적극 지원해야"
한국 자동차업계의 ‘맏형’인 현대자동차의 주가와 실적이 근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업체들의 올해 국내 생산량도 딱 10년 전으로 되돌아갈 판이다. 중국과 미국 시장의 판매 부진에다 미·중 무역전쟁, 환율 하락, 환경 규제 강화 등 온갖 악재에 휩쓸려 좀처럼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유탄을 맞은 부품업계는 말라죽기 직전이다. 손 쓸 틈도 없이 쓰러지는 부품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車산업 위기 장기화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장중 한때 9만9600원까지 떨어져 10만원 선이 붕괴됐다. 현대차 주가가 장중 1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9년 12월1일(장중 9만9000원) 이후 약 9년 만이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10만원이 무너진 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500원 오른 10만2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 들어 현대차 주가는 4월24일 16만55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다.
실적도 근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2889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0%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의 4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다. 201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분기 기준 최저치다. 이 여파로 현대차는 20년 만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굴욕까지 겪었다. 현대차뿐만 아니다.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다른 간판 회사들의 실적도 줄줄이 추락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후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연초 예상치(410만 대)보다 낮은 395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금융위기 직후(2008~2009년)를 빼고 한 번도 400만 대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이 와중에 ‘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통상팀 고위 관리들을 만나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백악관이 상무부가 제출한 조사결과 보고서 초안을 토대로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0~25%가량의 고율 관세를 매기면 연간 85만 대의 수출 길이 막힌다. 군산공장(연 30만 대) 세 곳을 한꺼번에 닫아야 하는 물량이다.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성장 엔진’마저 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단기적 금융 지원도 필요하지만, 향후 완성차업계의 ‘과잉 생산체제’를 조정하고 부품사들의 구조조정을 조율할 중장기 산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너지는 車 부품업계
완성차업계의 부진은 부품업계로 전이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적자를 낸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쓰러지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엔 현대·기아차의 2차 협력업체인 나노믹과 그 관계사인 나노믹아트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12일 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나노믹은 2008년 설립된 베어링 생산업체로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인 일진베어링에 납품해왔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나노믹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금융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 들어 부품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는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현대차 1차 협력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어 중견 부품사 다이나맥과 금문산업 등도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 부품업체에 이달 1일부터 제공하고 있는 우대보증 규모를 기존 1조원에서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이 업황 부진을 이유로 부품업체에 대한 무분별한 여신 회수를 막기 위해 집중 점검도 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경기 화성시에 있는 부품업체 서진산업 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시중은행들은 여신을 일괄 회수하기보다 경쟁력은 있으나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창민/도병욱/강경민/황정환 기자 cmjang@hankyung.com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장중 한때 9만9600원까지 떨어져 10만원 선이 붕괴됐다. 현대차 주가가 장중 10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9년 12월1일(장중 9만9000원) 이후 약 9년 만이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10만원이 무너진 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500원 오른 10만2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 들어 현대차 주가는 4월24일 16만55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다.
실적도 근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2889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0%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의 4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다. 201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분기 기준 최저치다. 이 여파로 현대차는 20년 만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굴욕까지 겪었다. 현대차뿐만 아니다.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다른 간판 회사들의 실적도 줄줄이 추락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후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연초 예상치(410만 대)보다 낮은 395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금융위기 직후(2008~2009년)를 빼고 한 번도 400만 대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이 와중에 ‘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통상팀 고위 관리들을 만나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백악관이 상무부가 제출한 조사결과 보고서 초안을 토대로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0~25%가량의 고율 관세를 매기면 연간 85만 대의 수출 길이 막힌다. 군산공장(연 30만 대) 세 곳을 한꺼번에 닫아야 하는 물량이다.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성장 엔진’마저 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단기적 금융 지원도 필요하지만, 향후 완성차업계의 ‘과잉 생산체제’를 조정하고 부품사들의 구조조정을 조율할 중장기 산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너지는 車 부품업계
완성차업계의 부진은 부품업계로 전이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적자를 낸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쓰러지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엔 현대·기아차의 2차 협력업체인 나노믹과 그 관계사인 나노믹아트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12일 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나노믹은 2008년 설립된 베어링 생산업체로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인 일진베어링에 납품해왔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나노믹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금융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 들어 부품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는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현대차 1차 협력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어 중견 부품사 다이나맥과 금문산업 등도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 부품업체에 이달 1일부터 제공하고 있는 우대보증 규모를 기존 1조원에서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이 업황 부진을 이유로 부품업체에 대한 무분별한 여신 회수를 막기 위해 집중 점검도 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경기 화성시에 있는 부품업체 서진산업 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시중은행들은 여신을 일괄 회수하기보다 경쟁력은 있으나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창민/도병욱/강경민/황정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