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초안을 13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자치경찰제 정부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경찰위원회’ ‘자치경찰 4만3000명’을 새로 만들어 민생치안 업무를 국가경찰로부터 떼어내자는 게 안의 골자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선 “경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각계 인사들의 우려가 나왔다. “24시간 급박하게 돌아가는 치안업무를 놓고 ‘위원회’투성이 조직을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했다”는 혹평도 제기됐다.
자치경찰이 민생 치안 담당…'정치적 중립성'은 약화될 우려
4조원 규모 ‘자치경찰 교부세’ 조성

자치분권위 안에 따르면 현재 전국 경찰 11만7617명 중 36%에 해당하는 4만3000명을 2022년까지 시·도지사 소속 자치경찰로 바꾼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문제 등 민생 치안업무를 맡고,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수행방해 등의 수사권도 갖는다. 자치경찰로 넘어가는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경비 인력은 현재 국가경찰의 28.7%인 3만3666명이다.

자치경찰 조직은 광역단위 ‘자치경찰본부’와 기초단위 ‘자치경찰대’로 분리한다. 지구대 파출소 치안센터 등 3028곳 업무는 자치경찰로 넘어간다. 경찰청 등 국가경찰 조직은 그대로 존속하되 정보 보안 외사 경비, 전국 단위 수사 등을 맡는다. 또 경찰청 상위 기관으로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업무 대립이 생길 경우 조정한다. 긴급사태가 발생할 땐 분야를 불문하고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지닌다.

‘정치적 중립성’ 놓고 논란

논란이 큰 부분은 명목상 자치경찰제 최상위기구인 시도경찰위원회의 구성이다. 시도경찰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광역시도 하위 기관이다. 시·도지사가 지명하는 1명과 시·도의회에서 여야 몫으로 추천하는 2명, 법원에서 추천하는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한다. 시도경찰위 결정이 지역 정치권 등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구조다. “정치적 갈등과 수사의 편파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김순은 자치분권위 부위원장(자치경찰특위 위원장)은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을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부분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부천 소사경찰서 A지구대 김모 경장은 “시·도지사가 임명한 윗분들이 압력을 가하면 일선 경찰은 소신을 지킬 수 없다”며 “정치적 중립성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영역도 불분명

수사 관할 문제가 자주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실종, 인터넷 등을 통한 성폭력 등이다. 민생치안 업무는 국가경찰도 여전히 권한을 갖는다. 긴급한 사건 현장의 초동조치권은 자치경찰도 있지만 이후 사안에 따라 국가경찰에 이관해야 한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본질이 전혀 다른데 (정부안은) 양쪽 업무를 과도하게 섞어버려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민생치안과 정보 외사 등 업무를 자치경찰, 국가경찰로 단순하게 분리한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 이모 경위는 “지방에서 시작되는 정보와 탈북민 등 외사업무가 상당하다”며 “(자치경찰제는) 불필요한 이중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