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도박 재판에 행정처 개입 여부도 수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오는 14일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 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공소장에 담을 범죄사실을 선별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은 구속영장 청구서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직무유기 ▲ 공무상비밀누설 ▲ 위계공무집행방해 ▲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7~8개 죄명을 적었고 개별 범죄사실은 30개가 넘는다.
검찰은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공모 혐의를 받는 '윗선'에 대한 추가 조사가 상당 부분 필요한 데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혐의도 여럿인 점을 감안해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은 일단 재판에 넘겨진 뒤 수사상황에 따라 여러 차례 추가기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재판에 넘겨지는 법조계 인사는 임 전 차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기소한 뒤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다음 주부터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소송을 심리하면서 법원행정처의 지침을 전달받은 정황이 드러난 이동원·노정희 현 대법관 역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았던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본격 심리를 시작하기 전 무죄 취지의 판결문 초안을 미리 작성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2015년 11월 첫 공판기일을 열기 전 재판부에 배속된 재판연구원(로클럭)과 이메일을 통해 무죄 판결문 초안을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법원행정처 등 외부의 재판개입이 있었는지 추적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해 7월 대법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나 이날 취재진에 보낸 입장문에서 "파기환송 후 항소심 재판장인 저는 환송 판결의 취지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 방식에 따라 우선 기존 증거자료와 쟁점 등을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추가 심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항소심 판결과는 다른 관점에서 관련 쟁점을 검토하는 건 당연한 업무라는 주장이다.
그는 다만 재판부 내부 논의과정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법원조직법 등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은 법원행정처 등 외부 인사가 제 업무에 영향을 미쳤거나 그랬을 가능성을 당연한 전제사실로 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판부 외부의 직권남용 의혹 행위가 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댓글 작업을 '손자병법'에 나오는 용병술에 빗대는 등 편파적으로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심 판사가 심리 진행방식을 놓고 김 부장판사와 갈등을 빚다가 재판부를 떠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2015년 법원행정처가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상습도박 혐의 재판에 개입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 회장의 1심 선고 직후 임성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이민걸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행정처가 이 재판을 '챙긴' 단서를 포착하고 그 배후에 조선일보 당시 고위 관계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