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 영국 정부도 EU 회원국 국민에 '동일 대우' 조건으로 제안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인이 EU 내 솅겐지대를 방문할 경우 비자 없이 최대 9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솅겐지대는 유럽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국경통과 시 여권검사나 통관절차를 생략한다는 내용의 솅겐조약에 서명한 국가들로,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22개국이 해당한다.

EU 집행위는 이날 발간한 EU의 브렉시트 준비상황과 영국이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자료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EU "브렉시트 후 영국인 EU 방문시 비자없이 최대 90일 체류"
EU 집행위는 이날 자료에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할 경우 EU 회원국 국민과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주거 및 비자관련 문제, 금융서비스, 항공수송, 관세, 위생 관련 규칙, 개인정보 이전, 기후정책 등 비상조치가 필요한 우선 영역을 확인하고 향후 취해져야 할 비상조치의 유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행위는 우선 브렉시트 이후 EU의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한 영국 국민의 EU 방문 문제와 에너지 효율성 문제 등 두 가지 이슈에 대한 입법제안을 내놓았다.

먼저 브렉시트 이후 더는 회원국 국민이 아닌 제3국 국민이 되는 영국 국민의 EU 방문과 관련해 집행위는 EU 비자 규정을 개정해 영국 국민이 솅겐지대에서 비자없이 최대 9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집행위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내년 3월 29일 EU를 탈퇴할 경우 그 다음 날인 내년 3월 30일부터, 브렉시트 협상이 타결될 경우엔 브렉시트 이행(전환) 기간이 종료된 이후 곧바로 이 같은 방안을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다만 집행위는 영국 정부가 EU 회원국 국민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최대 90일 무비자 방문을 허용한다는 조건으로 이를 적용하자고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집행위는 또 에너지 효율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재의 목표치는 영국을 포함한 28개 회원국 에너지 소비를 토대로 정한 것인 만큼 브렉시트 이후엔 영국을 제외한 27개국의 에너지 소비를 기준으로 목표치를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내용은 EU 회원국 정부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 EU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효력을 갖게 된다.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EU와 영국 간에) 매우 집중적인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노 딜(NO DEAL·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상황) 계획'과 관련된 많은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면서 "협상타결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우리가 선호하는 옵션은 협상타결이지만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U와 영국은 막바지 브렉시트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와 관련,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 및 통관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를 피하는 방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EU "브렉시트 후 영국인 EU 방문시 비자없이 최대 90일 체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