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등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3개 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 측이 최근 이들 3사의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 부양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전날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서신을 보내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하고 초과자본금을 환원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우선 고려하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비핵심자산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하라는 주문도 했다.

엘리엇의 요구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엘리엇 서한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과도한 보유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기존 주장을 독립적 컨설팅 업체 분석을 통해 다시 한번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 측은 이미 4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 사의 보통주를 10억달러(1조5천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들 3개 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1월 16만원대에서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9만9천원대까지 내려앉았다.

기아차 역시 올해 2월 3만4천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최근에는 2만8천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3분기 현대차와 기아차가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실적을 내놓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현대·기아차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엘리엇의 서한은 이들 3사의 주가 하락으로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주주친화 정책의 확대를 요구하며 다른 주주들의 동조를 유도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강성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변경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함으로써 향후 있을 수 있는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엘리엇 등의 반대로 한 차례 좌초된 뒤 전면 보류된 상황이다.

엘리엇의 서한을 검토한 현대차그룹은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