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총리 "초청 철회 안 바뀌면 아무도 안 갈 것"
다보스포럼측 美 대러 제재 대상 3명 초청 철회


다보스포럼 주최 측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대상에 오른 올리가르흐 등 러시아 재계 거물 3명에 대한 초청을 철회하자 러시아 정부가 다보스포럼 보이콧을 위협했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1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재계 참석자들과 관련해 이뤄진 이런 결정이 바뀌지 않으면, 그렇다면 아무도 거기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다보스포럼 주최 측에 초청 철회 상황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주최 측이 비정부기구(NGO)라는 점에서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낯설다"고 했다.

주최 측인 세계경제포럼(WEF)은 미국 대표단과 문제를 피하려고 올레크 데리파스카, 빅토르 벡셀베르그, 러시아 제2의 은행인 VTB 안드레이 코스친 회장 등 러시아 재계 거물 3명에게 전한 내년 1월 다보스포럼 초청을 철회했다고 WSJ가 러시아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들 3명은 미 재무부가 2016년 미 대선 개입, 미 인프라를 상대로 한 중대 사이버공격,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대러 제재 대상에 추가한 19명 중 일부다.

WEF 대변인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WSJ는 전했다.

다보스포럼 측과 러시아 정부 간 분쟁은 러시아 재계 인사 수십명의 다보스포럼불참으로 이어질 것 같고, 아울러 참석자들 사이에서 따분한 공식 일정보다 더 관심을 끌었던 사적 파티들도 없을 것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데리파스카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 기간 열린 사적 파티 중 가장 화려한 파티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 파티는 미국 및 유럽과의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기업들에 개방돼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마련됐다.

코스친 회장은 수년 동안 스위스나 유럽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초청이 철회돼 놀랐다면서 "그들은 미국과 문제가 전혀 없기를 원했고, 우리에게 오지 말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여파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사실상 주관하는 이른바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에 서방 재계 인사들이 대거 불참한데 이어 내년 다보스포럼도 러시아 재계의 집단 불참 가능성이 제기되는 셈이다.
러, 다보스포럼 보이콧…주최측, 美 제재대상자 초청철회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