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점은 거대한 앙코르와트 주변은 밀림이고 평지인데 석재로 이용된 많은 사암을 어디에서 운반해 왔는가였다. 이 비밀은 사암 석재들의 대자율(암석이 지니는 자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한 뒤 사원으로부터 4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같은 크기의 자성을 가진 사암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규명할 수 있었다.’

전효택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명예교수(사진)가 최근 펴낸 산문집 《평생의 인연》 중 ‘앙코르와트’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공학자가 산문집을 낸 까닭을 묻자 전 명예교수는 “복잡한 암석·광물 지식을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학으로 전달하는 게 제 전공을 살리는 일”이라고 답했다.

《평생의 인연》은 2016년 《아쉬운 순간들 고마운 사람들》에 이은 전 명예교수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그동안 문예지에 게재한 50여 편을 묶었다. 에너지자원공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암석·광물 기행 11편을 수록했다. 저자는 ‘앙코르와트’ 편처럼 국내외 명소를 직접 방문한 뒤 명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암석·광물 등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 명예교수는 서울대에서 응용지구화학과 자원환경지질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로 유명하다. 네덜란드에서 출판되는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환경지구화학과 건강’이 그에게 정년 기념으로 특별호를 헌정했을 정도다. 국제학회인 ‘환경지구화학과 건강학회’의 집행위원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을 5년간 지냈다.

연구에 몰두하던 교수 재직 시절에도 전 명예교수는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1995년부터 2년간 ‘서울 공대’라는 학내 잡지의 편집국장도 맡았다. 그는 “정년 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소설가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유한근 서울문화예술대 교수 등을 찾아갔다”며 “부단한 노력 끝에 2014년 계간지 ‘현대수필’을 통해 등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 명예교수는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도 글쓰기 능력이 필수”라고 했다. 그는 “공대를 비롯해 이공계 학생들은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고도 인문학적 소양이나 글쓰기 경험이 부족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글쓰며 생각하는 창의융합형 공대생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