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2조원이 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한동안 거래하지 못하게 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내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발동됐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상장폐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하지만 실질심사가 장기화해 한 달 넘게 거래정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 2.5%를 크게 웃돌면서 상장 규정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거래소는 15거래일 이내에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하면 거래는 즉각 재개된다. 지난해 회계부정 사건에 휘말렸던 한국항공우주(KAI)는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6거래일간 거래정지 이후 매매가 재개됐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6위인 우량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분식회계 건으로 상장폐지될 것으로 보는 시장 전문가는 없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거래소가 기업 계속성이나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해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면서 “상장폐지 여부를 예단할 수 없지만 2009년 실질심사를 도입한 이후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라 상장폐지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나 KAI와 달리 장기간 거래정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거래소가 ‘상장 유지’가 답이라고 판단해도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정한 뒤, 최종 판단을 기업심사위원회로 넘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거래소는 20거래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대우조선해양처럼 1년 이상 거래가 정지되진 않아도 자료 준비나 위원회 일정을 감안하면 한 달 이상 정지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가 한 달가량 정지되면 곳곳에서 시장 혼란이 발생해 시장 신뢰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일부 롱쇼트펀드는 장기간 거래정지를 우려해 이미 포지션을 정리했다”며 “시장이 급변동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가격 괴리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12일 22.42% 급락했다가 이틀 연속 반등했다. 이날 주가는 6.7% 오른 33만4500원에 마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