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예산이 주먹구구로 편성되면서 올해 예산 집행률이 턱없이 낮은 사업에도 내년 예산이 대폭 증액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집행이 부진한 이유와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지도 않고 일단 ‘선심성 예산’부터 편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수준의 고용 상황을 벗어나려면 단기 예산 투입보다 규제혁신 등 기업의 고용 여력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절반도 못써놓고…고용장려금 또 7145억 투입
불용률 높은데 해마다 예산 폭증

14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2018 재정지원 일자리 주요사업 현황’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집행률이 70%에 못 미치는 일자리 사업 17개가 모두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이 중 대부분 사업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증액됐다.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을 합해 3417억원 규모로 편성됐지만 집행률이 50%를 겨우 넘는 중소기업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말을 불과 두 달 남겨둔 10월 말 기준으로도 아직 못 쓴 예산이 1700억원에 달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7145억원이 반영됐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이 청년을 고용하면 임금을 연 900만원까지 최대 3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추경에 48억원 규모로 처음 반영됐지만 집행은 17억2000만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이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고용부는 지방청별로 목표치를 할당해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 실적 채우기에만 골몰하다 보니 혈세가 마구잡이식으로 낭비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외에 집행이 저조한 사업으로는 9월 기준으로 208억원 중 30.3%밖에 사용하지 못한 시간선택제일자리지원, 213억원 중 27.6%만 집행한 일자리함께하기사업 등이 꼽혔다. 정규직전환지원 고용안정장려금(집행률 51.0%), 출산육아기고용안정지원금(54.8%), 직장어린이집지원금(55.8%)도 마찬가지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지금은 다소 부진하지만 연말까지 해당 사업의 집행률이 80%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심성 예산보다 근본 대책 필요”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 같은 형태의 고용장려금은 내년도 예산안에 5조9204억원 편성됐다. 2016년(2조8351억원)에 비해 불과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정부가 돈은 돈대로 쓰지만 고용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9월 실업률은 3.6%로 동월 기준 2005년 9월(3.6%)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가 근본 처방보다는 보여주기식 일자리 대책만 찾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조금 성격의 고용장려금은 새로운 고용 수요를 창출하기보다 어차피 채용했을 사람을 쓰면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기업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수영/서민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