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북미정상회담 前 남북정상회담으로 가교 놓을까…소강 국면 타개 주목
굳건한 한미동맹 바탕으로 '北 비핵화 의지 견인' 뜻 모아
펜스 '北 더 많은 조치' 강조…일각서 우려한 '제재완화 이견' 표출 안 돼
문대통령 촉진자 역할 커지나…김정은 연내 답방 성사 주목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당부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한국 답방이 성사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초 비핵화 협상의 향배를 가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고된 상황에서,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가 사전에 이뤄져 가교로서 역할 해야 한다는 데 한미가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선텍(Suntec) 회의장에서 펜스 부통령과 34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 역시 북미 양측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북미대화 진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이번 제안은 내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동시에 북미 간 고위급회담은 한차례 미뤄지며 일부에서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층 주목된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 만남이 내년 1월 1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미국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자체는 이미 공식화한 모습이다.

다만 최근의 소강 국면을 털어내고 비핵화 협상이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북한의 비핵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런 인식은 펜스 부통령이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나 "궁극적으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뤄야 한다.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북한이 더 많은 중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국 펜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은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더 많고 중요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전하면서, 이를 토대로 문 대통령이 북한과 더 긴밀히 소통해 북미 간 간극을 좁히는 데 역할을 해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미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추진하는 만큼, 미국의 이런 당부는 4차 남북정상회담을 한걸음 앞당기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이 이날 북미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내년 1월1일 이후"라고 특정한 것 역시 그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날의 메시지가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논의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반론도 동시에 나온다.

오히려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더 많은 중요한 조치'가 비핵화 논의의 선결조건이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이며, 문 대통령이 중재행보를 하더라도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아닌, '물밑 조율' 정도의 역할을 바라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문대통령 촉진자 역할 커지나…김정은 연내 답방 성사 주목
아울러 이날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굳건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펜스 부통령이 최근 대북 압박을 강조한 만큼 이날 회담에서도 대북제재 강경론을 펴며 문 대통령과 '불편한 기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앞서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제재완화에 대해서는 오늘 얘기가 없었다.

회담에서 제재 문제는 대화의 소재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 및 고위급회담, 4차 남북정상회담 등을 둘러싼 논의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점에서 한미 간 엇박자 우려가 새어 나올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한미동맹을 더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견인하자'고 뜻을 모으는 등 비핵화 여정에서 한미공조를 튼튼히 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김 대변인이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당면한 2차 북미정상회담, 이를 위한 실무협상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밝히면서, 한미가 이미 2차 북미정상회담이나 4차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나 장소를 두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 어떤 얘기를 나눴나'라는 기자들의 물음에는 "그렇게까지 미세하게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고,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에게 서울이나 판문점에서의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했느냐'는 질문 등에도 일절 답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