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굿모닝하우스 오찬은 ‘평화밥상’이라며 자랑
이재명 지사, 기념촬영 때만 ‘친절한 공개 포즈’
그 외엔 경찰·경호원 수십명 대동하며 과잉 통제
지자체 홍보에만 열 올리는 모습 ‘빈축’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의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 5명이 15일 방남 후 첫 일정으로 판교테크노밸리 일대와 경기도농업기술원 참관을 나섰을 때 경기도 관계자들이 계속 강조한 말이었다. 이 부위원장 일행이 향하는 곳마다 경기도에서 동원한 경찰과 경호원, 도 관계자 수십 명이 에워쌌다. “북측에서 비공개를 원한다”는 게 경기도에서 내세운 명목이었다. “경기도에서 제공하는 사진이나 영상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부위원장과 오찬을 하기로 한 수원 굿모닝하우스(옛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경기도 측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두 사람의 점심 식사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하며 ‘평화 밥상’이라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황교익 음식칼럼니스트의 자문을 받아 파주시 장단콩과 파주 쌀, 개성 인삼, 장단 율무와 사과 등 남북한의 접경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밥상 사진도 배포됐다.

경기도가 지나치게 자체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빈축을 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 부위원장을 겹겹이 둘러싸는 통제인원들은 이 지사가 이 부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자 권할 때 갑자기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이 지사는 기자들을 향해 친절하게 인사하며 이 부위원장과 기념 사진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촬영이 끝나면 “북측이 비공개를 원한다”는 말이 반복됐다.
북한 대표단이 방남해 지방자치단체를 단일 방문한 건 경기도가 처음이다. 특히 우리 측의 산업시설을 둘러 보는 건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경기도는 옥류관 유치와 황해도 스마트 농장 등의 교류협력 사업, 이 지사의 방북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남북 교류와 평화를 외치기엔 아직 경기도의 그릇이 작아 보인다.
고양=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