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당했다(Amazonized).’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밀려 문을 닫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속출한 미국에서 널리 퍼진 신조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전방위로 산업구조를 뒤흔드는 지금, 전통기업들은 어떤 생존전략을 찾아야 할까. 이창열 메타넷글로벌 전무(사진)는 ‘스피드 경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통기업에 필요한 건 스피드…비대한 조직부터 잘게 쪼개라"
이 전무는 15일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8’의 ‘애자일 마이크로비즈니스: 디지털 혁신시대 한국 스피드 경영의 재발견’ 주제발표에서 “기업 경영이 스케일 게임(규모 경쟁)에서 스피드 게임(속도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한 조직을 가진 전통기업에 나잇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며 “사업구조를 ‘마이크로 비즈니스 유닛(micro BU)’ 단위로 개편해야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저가 가전업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한 하이얼을 사례로 들었다. 이 회사는 조직을 2000여 개의 마이크로 기업으로 쪼개 계약·예산·채용 등에서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뭐든 맨 처음 내놓자는 ‘1B(퍼스트 빌드·firstbuild)’ 구호를 내걸고 온갖 시제품을 만든 뒤 시장의 반응을 봐가며 발빠르게 대응하는 전략도 눈길을 끈다. ‘미국 기숙사용 미니 냉장고’ ‘유럽 거실용 와인냉장고’ 같은 이색 제품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게 된 배경이다.

201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인수한 뒤에도 GE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전권을 주고 조직을 제품군 중심으로 세분화해 ‘혁신 DNA’를 이식했다. 하이얼이 인수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11% 줄었던 GE 가전부문 매출은 1년 만에 6%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전무는 “높은 부채비율 등 한계도 있지만 마이크로 경영을 통한 하이얼의 혁신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