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상과 생각이 담긴 글 한 편을 매일 메일로 보내준다. 주말은 쉰다. 한 편에 500원이다. 4주 단위로 1만원을 받는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월 구독자를 모집한다. ‘일간 이슬아’의 제작자 이슬아 작가 얘기다.

영상이 대세인 시대 심심한 글로 승부수를 띄웠다. 광고를 끼워파는 거대한 플랫폼의 힘을 빌리지도 않았다.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 자체로만 돈을 번다. 이 당돌한 20대 작가는 최근 두 권의 책을 냈다. ‘일간 이슬아’의 글을 모은 독립출판물 《일간 이슬아 수필집》과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다.

작가는 직업이 여러 개다. 만화가,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그리고 누드모델이다.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을 갚아나가기 위해 셀프 연재 ‘일간 이슬아’를 기획했듯 누드모델을 하게 된 것도 돈 때문이었다. 《나는 울 때마다…》에서 작가는 “연애 때문에 내 공간이 절실해졌다”며 “돈벌이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된다”고 서술한다.

시작은 시급 4000원의 카페 아르바이트였다. 2010년 당시 최저임금은 4110원이었다. 식당 일과 청소 등 가리지 않고 했음에도 월세 내기도 빠듯했다. 그제야 알았다.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돈이 없는 것보다 더 불행한 일이라는 것을. 부자는 결국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시간 대비 고수익의 일자리를 궁리했다.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일이어야 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이나 엄청 위험하고 고된 일, 아니면 왠지 다들 꺼리는 일? 옷을 벗는 일이 그랬다. 화실이나 미대 강의실에서 누드모델로 서면 시급 3만~5만원을 받았다. 최저임금의 10배가량이었다.

《나는 울 때마다…》는 일과 돈, 사람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 중심엔 엄마가 있다. 작가는 “태어나 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다”며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딸의 ‘새로운 일거리’에 대해 들은 엄마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냐”고 물었다. ‘무대에 서기 전 걸치는 가운’이라는 말에 엄마는 고급 코트를 주며 말했다. “알몸이 되기 전에 네가 걸치고 있는 옷이 최대한 고급스러웠으면 해.”

작가는 학교를 다니고 잡지사 막내기자로 일하면서 누드모델 일을 병행했다. “서럽고 고단했던 순간도 글을 쓰는 동안에는 모두 밑천이 되는 것 같아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는 그는 천생 작가다.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라 칭하는 그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이야기가 많이 팔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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