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통계 조작' 불신 키운 中 구매력 과시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선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행사가 1주일 내내 이어졌다. 5~10일 훙차오 국가회의전람센터에선 중국 최초의 국제수입박람회가 열렸다. 이어 11일 상하이 엑스포센터에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세일 행사가 열렸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중국의 경기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는 와중에 진행된 두 행사를 통해 중국의 소비 심리를 확인할 수 있어 모두 현장을 취재했다.

수입박람회는 중국 정부의 시장 개방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년 전 직접 지시해 기획한 행사다. 이번 박람회는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상하이시는 박람회를 위해 축구장 42개 크기(30만㎡) 전시장을 1년 만에 완공했다. 그리고 151개 국가와 지역에서 3617개 기업이 참가했다. 초청된 바이어는 20만 명을 넘었다.

수입박람회서 65조원 계약?

박람회가 끝나자마자 중국 기업들이 체결한 수입 의향 계약 규모도 공개됐다. 각종 통계 공개를 꺼려온 중국 정부 행보에 비춰 볼 때 이례적으로 상무부 움직임은 신속했다. 첨단장비 164억6000만달러를 비롯 △식품·농산품 126억8000만달러 △자동차 119억9000만달러 △소비가전 43억3000만달러 △서비스무역 32억4000만달러 등 모두 578억3000만달러(약 65조원)의 수입 의향 계약이 맺어졌다고 했다.

광군제에서도 신기록이 쏟아졌다. 판매액은 21초 만에 10억위안(약 1626억원)을 넘어섰고 2분5초가 지나자 100억위안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판매액을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각각 7초, 56초 당겨졌다. 최종 거래액은 작년보다 27% 늘어난 2135억위안(약 34조8000억원)에 달했다. 시 주석이 두 행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중국의 막대한 구매력과 소비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안팎에선 당초 수입박람회 계약 규모가 최대 3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계약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하기 위해 박람회 이전에 맺은 계약까지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중국 기업이 언젠가 해야 할 수입 계약을 미리 당겨 박람회 기간에 집중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또 불거진 실적 부풀리기 논란

광군제 판매액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 소비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광군제 행사 전엔 올해 거래액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만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38%가 올해 광군제 때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공개한 수치는 작년 판매액(1682억위안)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부터 동남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자회사 라자다의 실적을 포함시킨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 라자다를 인수했지만 작년 세일 행사에선 라자다 실적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수치와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라자다를 통한 판매액 공개를 요청했지만 알리바바는 끝내 거부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통계는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성(省)정부가 집계한 지역내총생산(GRDP)을 합하면 항상 중국 국가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았다. 《중국의 부채 만리장성》을 쓴 디니 맥마흔은 통계 조작이 관례화된 중국을 ‘블랙박스’로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두 행사가 오히려 중국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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