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무리한 수사' 입증한 MB 자원비리 재판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사진)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3년 전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전 정권을 겨냥한 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사실상 빈손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적폐청산’ 차원에서 같은 비리에 대해 조만간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30년 이상을 보고 장기 투자해야 하는 사업을 정치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원개발 실패 배임 아냐”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이 적용한 김 전 사장의 배임 혐의는 크게 두 줄기다. 그는 2010년 3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에서 철수하려던 경남기업의 지분을 고(故) 성완종 회장 등의 청탁을 받고 고가에 매입해 광물자원공사에 212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강원 양양 철광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12억원을 투자해 국가 예산을 낭비한 혐의도 있다.

법원은 김 전 사장의 행위는 경영상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린 경남기업 지분 매입 결정은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었다”며 “양양 철광 재개발 사업도 정부의 국내 자원산업 육성 계획의 일환으로 심의위원회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변수가 작용하는 경영 현실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손실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김 전 사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검찰은 ‘부실수사’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2015년 3월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 담화를 계기로 시작됐지만 김 전 사장과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 두 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도 1·2심에서 무죄를 받고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자원개발은 적폐청산 ‘단골 수사 대상’

'檢 무리한 수사' 입증한 MB 자원비리 재판
부실수사 논란이 계속되자 검찰은 최근 재수사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사업 △한국가스공사의 캐나다 웨스크컷뱅크 가스전 사업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 등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나왔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사업은 검찰이 이미 한 차례 수사했던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가 산업부 조사자료와 201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사기록 등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손실액이 24억달러에 달한 하베스트 사업은 현장실사를 거치지 않고 최경환 전 산업부 장관 등 윗선의 지시로 절차를 어겨 인수했는지가 관건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시하더라도 공사 대표가 투자 주체로서 손실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억7000만달러가량의 손실을 기록한 볼레오 사업은 김신종 전 사장과 고정식 전 사장 간 ‘책임 전가 다툼’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세계 경기가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손실을 공사만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해야 할 자원개발사업이 정치적 평가로 재단된다면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연수/안대규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