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15일 미국 2위 냉동식품회사인 쉬완스컴퍼니를 2조881억원에 인수한 것은 한식 브랜드인 비비고를 앞세워 세계 최대인 북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현지 일류기업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활용하면 한식과 비비고의 전파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번 딜은 인수금액 기준으로 CJ그룹의 역대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재현 회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진출을 통한 ‘월드베스트 CJ’에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평소 “2·3등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2020년 그룹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고, 2030년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인 월드베스트 CJ가 되자”고 했다.
네슬레와 1위 다툼 벌이는 쉬완스

쉬완스컴퍼니는 창업자 마빈 쉬완스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이다. CJ제일제당이 설립된 1952년 미네소타주 마셜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냉동피자를 주축으로 아이스크림, 애피타이저, 디저트 회사들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지난해 기준 냉동피자와 애피타이저 부문에서 각각 미 시장점유율 2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와 수위를 다투고 있다.

이런 회사가 지난 6월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의 북미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제주 CJ나인브릿지CC에서 열린 ‘더CJ컵’에 이 회장은 비공개로 창업자 일가를 초청, 직접 인수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15일 쉬완스 주식 99.98%를 18억4000만달러(약 2조881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예상 인수대금으로 거론되던 2조8000억원 안팎보다 적다. 방문판매사업부문을 막판에 뺐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방판 부문은 비비고와 시너지 효과가 작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이 주식의 거의 전부를 인수하지만, 인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인 내년 초에 쉬완스 일가가 다시 20%를 가져간다. CJ제일제당이 80%, 쉬완스 가문이 20%를 나눠 갖는 구조다. CJ제일제당은 인수 자금을 CJ헬스케어 매각 대금 1조5000억원과 쉬완스에서 빌린 5500억원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비비고’ 미국 월마트 점령 가능해져

쉬완스컴퍼니는 미네소타 오클라호마 조지아 텍사스 유타 등 중부 17개 지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동부와 서부 지역에 5개 공장이 집중돼 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애니천(2005년) 옴니(2009년) TMI(2013년) 카히키(2018년) 등 지역 식품 회사들을 인수했다. 이번 쉬완스 인수로 CJ제일제당은 미 전역의 공장에서 비비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빙과류를 제외한 미국 냉동식품 시장은 35조원 규모에 달한다.

비비고의 미국 소비자와의 접점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쉬완스는 미국 10개 지역에 물류센터와 4500여 대의 배송차량을 보유하고 있어 비비고를 미국 전역 소매점에 공급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월마트와 타깃, 편의점 등에도 본격적으로 비비고 제품을 깔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비고를 미국 현지 입맛에 맞게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5개 도시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있다”며 “이곳에서 비비고 제품을 현지인 입맛에 맞게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 영향 덕에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비비고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면 인근 캐나다와 멕시코 등으로 진출하기도 쉬워진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