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리더들 "한류는 시한부…콘텐츠·마케팅 진화해야 10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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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남방 개척시대, 넓어지는 경제영토
(3) '한류+α'로 승부하라
한국 연예인들 투자한 '한류몰'
개장 1년 넘었지만 손님 없어
'열고보자' 한류행사 잇단 무산
"저가 한국 관광상품 범람으로 애써 구축한 '한류효과'에 찬물"
'한류=성공' 공식 더 이상 안통해
"민·관 한류TF로 체계적 접근을"
(3) '한류+α'로 승부하라
한국 연예인들 투자한 '한류몰'
개장 1년 넘었지만 손님 없어
'열고보자' 한류행사 잇단 무산
"저가 한국 관광상품 범람으로 애써 구축한 '한류효과'에 찬물"
'한류=성공' 공식 더 이상 안통해
"민·관 한류TF로 체계적 접근을"
태국 방콕의 ‘홍대 거리’로 불리는 RCA(로열 시티 애비뉴) 한복판엔 일명 ‘한류몰’인 쇼디시(Show DC) 건물이 서 있다.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한국의 싸이 등 유명 연예인들이 투자한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으로 작년 4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태국인은 거의 없다.
간혹 면세점 쇼핑을 위해 관광버스가 찾아오지만 텅 빈 쇼핑몰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면세점엔 한국산 화장품조차 없다. 온통 태국산 제품뿐이다. 면세점 입구에 서 있는 실물 크기의 한국 연예인 입상이 무색할 정도다.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 롯데가 태국 정부만 믿고 지난해 4월 면세점을 열었다가 정작 공항 면세품 인도장 허가를 여태껏 받지 못해 한국 제품을 전시조차 못하고 있는 탓이다.
쇼디시몰의 부진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진출 공식 중 하나인 ‘한류=성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한류의 원조 격인 태국에서조차 “한류는 시한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위태로운 한류 열풍
한류는 아세안 시장 개척을 위한 강력한 무기다. 지난달 방콕에서 열린 한류스타 소장품 경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00년만 해도 한국을 찾는 태국 방문객은 8만여 명에 불과했다. 2002년 ‘가을동화’ 방영 이후 2004년 10만 명을 처음 넘기더니 작년엔 49만8511명으로 훌쩍 뛰었다. 올 8월까지 태국 방송국들이 편성한 한국 드라마는 62편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한태교류센터(KTCC)와 공동으로 태국 정·재·언론계 주요 리더 8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한 설문조사에서도 한류 효과가 입증됐다. 태국의 여론 주도층인 응답자 전원이 한류가 자신의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32%)거나 ‘상당히 영향을 끼친다’(78%)고 답했다. 태국은 연간 1억2000만달러어치(약 1363억원, 2016년 기준) 한국 화장품을 수입한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한국 화장품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또 태국은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다. 세계 한국어 학습 청소년 13만 명 중 28.5%인 3만7000여 명이 태국 학생이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한류의 인기도와 성장성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을 분류했는데 태국이 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배경이다. 본격화하는 일본의 견제
하지만 최근 들어 태국의 한류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태국 재계 1위인 센트럴그룹의 부사바 치라티왓 부회장은 “한류 덕분에 한국 문화와 관광을 향한 태국인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 저가 여행상품이 범람하면서 한국의 이미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염려스럽다”고 했다. KTCC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4%가 한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10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이 중 ‘5년 미만’이라고 답한 이들도 38%에 달했다.
국영방송 채널인 MCOT의 리티크라이 통마라이 부사장은 “최근 한류의 성공만 믿고 일단 하자는 식의 이벤트가 너무 많다”며 “행사 품질도 예전만 못해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만 해도 한·태 수교 60주년을 기념한다며 한국의 대형 방송사와 기획사가 주최한 아이돌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돼 티켓 환불 사태가 벌어졌다. 방콕시장을 지낸 아피락 코사요틴 전 태·한친선협회 회장도 “앞으로 한류를 어떻게 한 차원 발전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류가 만개하기도 전에 일본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소다. 태국은 ‘작은 일본’으로 불리는 나라다. 2013년 무렵부터 한류의 영향력이 본격화하자 일본도 2015년부터 재팬엑스포를 열어 문화 공세를 시작했다. 규모는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중앙정부와 산하기관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까지 동원해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KOTRA,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원 등 정부기관이 각각 행사를 하고, 지자체도 거의 비슷한 콘텐츠로 제각기 한류 이벤트를 벌이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태국 정부 자문관으로도 활약 중인 홍지희 KTCC 센터장은 “일본의 텃밭인 태국에서 한류 덕분에 어렵게 형성된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으려면 획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외국 문물 유입을 막지 않는 개방적인 나라로, 눈높이가 높은 만큼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고 정부 차원에서 한류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는 등 부처별 칸막이를 없앤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콕=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간혹 면세점 쇼핑을 위해 관광버스가 찾아오지만 텅 빈 쇼핑몰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면세점엔 한국산 화장품조차 없다. 온통 태국산 제품뿐이다. 면세점 입구에 서 있는 실물 크기의 한국 연예인 입상이 무색할 정도다.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 롯데가 태국 정부만 믿고 지난해 4월 면세점을 열었다가 정작 공항 면세품 인도장 허가를 여태껏 받지 못해 한국 제품을 전시조차 못하고 있는 탓이다.
쇼디시몰의 부진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진출 공식 중 하나인 ‘한류=성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한류의 원조 격인 태국에서조차 “한류는 시한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위태로운 한류 열풍
한류는 아세안 시장 개척을 위한 강력한 무기다. 지난달 방콕에서 열린 한류스타 소장품 경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000년만 해도 한국을 찾는 태국 방문객은 8만여 명에 불과했다. 2002년 ‘가을동화’ 방영 이후 2004년 10만 명을 처음 넘기더니 작년엔 49만8511명으로 훌쩍 뛰었다. 올 8월까지 태국 방송국들이 편성한 한국 드라마는 62편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한태교류센터(KTCC)와 공동으로 태국 정·재·언론계 주요 리더 8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한 설문조사에서도 한류 효과가 입증됐다. 태국의 여론 주도층인 응답자 전원이 한류가 자신의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32%)거나 ‘상당히 영향을 끼친다’(78%)고 답했다. 태국은 연간 1억2000만달러어치(약 1363억원, 2016년 기준) 한국 화장품을 수입한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한국 화장품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또 태국은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다. 세계 한국어 학습 청소년 13만 명 중 28.5%인 3만7000여 명이 태국 학생이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한류의 인기도와 성장성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을 분류했는데 태국이 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배경이다. 본격화하는 일본의 견제
하지만 최근 들어 태국의 한류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태국 재계 1위인 센트럴그룹의 부사바 치라티왓 부회장은 “한류 덕분에 한국 문화와 관광을 향한 태국인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 저가 여행상품이 범람하면서 한국의 이미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염려스럽다”고 했다. KTCC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4%가 한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10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이 중 ‘5년 미만’이라고 답한 이들도 38%에 달했다.
국영방송 채널인 MCOT의 리티크라이 통마라이 부사장은 “최근 한류의 성공만 믿고 일단 하자는 식의 이벤트가 너무 많다”며 “행사 품질도 예전만 못해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만 해도 한·태 수교 60주년을 기념한다며 한국의 대형 방송사와 기획사가 주최한 아이돌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돼 티켓 환불 사태가 벌어졌다. 방콕시장을 지낸 아피락 코사요틴 전 태·한친선협회 회장도 “앞으로 한류를 어떻게 한 차원 발전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류가 만개하기도 전에 일본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소다. 태국은 ‘작은 일본’으로 불리는 나라다. 2013년 무렵부터 한류의 영향력이 본격화하자 일본도 2015년부터 재팬엑스포를 열어 문화 공세를 시작했다. 규모는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중앙정부와 산하기관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까지 동원해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KOTRA,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원 등 정부기관이 각각 행사를 하고, 지자체도 거의 비슷한 콘텐츠로 제각기 한류 이벤트를 벌이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태국 정부 자문관으로도 활약 중인 홍지희 KTCC 센터장은 “일본의 텃밭인 태국에서 한류 덕분에 어렵게 형성된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으려면 획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외국 문물 유입을 막지 않는 개방적인 나라로, 눈높이가 높은 만큼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고 정부 차원에서 한류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는 등 부처별 칸막이를 없앤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콕=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