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부터 청소기까지 혁신해온 삼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
"인도 이동통신사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데이터가 젊은이들의 산소'라고 했습니다.제가 말하고 싶은 건 '5G는 인공지능(AI)을 위한 산소'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에서 전 세계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이끄는 네트워크사업부의 김영기 사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비치에서 열린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D라이브 콘퍼런스에서 '5G 네트워크 혁명'을 설파했다. 김 사장은 콘퍼런스 기조연설에 앞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핵심 메시지는 5G가 AI를 위한 산소라는 것이 중심이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5G를 통해 AI의 파워를 드러낼 것이란 명제가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왜 5G, 5G하고 되뇌는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풀어나갔다.
"이동통신이 2G, 3G, 4G 이렇게 발전해왔는데 이건 데이터가 빨라진 겁니다.그러면 단순히 속도가 빨라진 거라면 5G도 4G플러스 정도로 부르면 충분한데 왜 5G라고 하는 걸까요.5G는 AI가 사람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기 때문입니다."
AI는 사람과 사람 간의 통신이 아니다.
머신(기계) 대 머신의 소통, 엄청난 빅데이터의 교류가 AI를 가동하게 하는 핵심이다.
4G LTE까지는 사람과 사람의 통신이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용량, 응답속도로도 가능했지만, AI를 위한 네트워크가 되려면 빅데이터를 소통시킬 수 있는 용량과 속도, 지연시간(레이턴시)을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머신 투 머신'은 '휴먼 투 휴먼'보다 훨씬 빠르고 큰 파이프라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G, 3G, 4G가 '당신이 어디에 있든 통화하고, 데이터로 소통할 수 있다'는 서비스라면 5G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 AI에 의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는 개념이다.
'휴먼 투 휴먼'에서 '머신 투 머신, 머신 투 휴먼'으로 바뀌는 것이다.
김 사장은 "레스토랑 고르는 걸 예로 들어보자"면서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수십 개의 고객 후기를 보고 고르는 정도다.
그런데 AI가 이걸 대신해준다면 수천 개의 후기를 순식간에 읽고 취향, 영양섭취, 과거 히스토리까지 모든 변수를 고려해 딱 맞는 식당과 메뉴를 추천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로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량, 교차로, 보행자 정보까지 총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스마트 스트리트도 AI와 5G를 통해 구현되는 세상이다.
시속 100㎞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4G LTE 환경에서 위험을 감지했을 때 3m 지나 제동을 시작한다면 5G에서는 10분의 1인 30cm 지나 제동을 시작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스마트 팩토리'에도 주목했다.
삼성은 AT&T와 함께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 5G를 통한 스마트 팩토리 네트워크를 깔았다.
그는 "공장에서는 공정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쏟아져나온다.
그걸 소통하려면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걸 연결하는 것이 5G를 통한 스마트 팩토리"라면서 "공장의 빅데이터를 5G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공정이 바뀔 때마다 사람이 조정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최적의 생산 효율을 위한 혁명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G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에서 2020년까지 점유율 20%를 확신한 김 사장은 '삼성이 왜 5G 네트워크에 강한지'를 묻자 자신있게 답했다.
"우리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을 만들어왔습니다.이제 5G 시대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인간끼리의 소통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냉장고, TV와 청소기가 머신끼리 소통합니다.당연히 디바이스를 이해하고 소비자들의 요구를 아는 우리가 유리한 경험, 실현 가능한 역량을 갖게 되는 겁니다."
김 사장은 "엔드 유저(최종 사용자)를 위한 이노베이션을 통해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기본적인 경영철학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면서 "이런 철학 아래 향후 우리의 5G 네트워크 장비 사업은 전례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내 4대 이동통신사 중 3곳, 국내 주요 이통사들이 삼성을 5G 네트워크 장비 구축의 파트너로 선정한 것에 감사드리며 20년간 구축해온 역량을 최대한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내달 1일 세계 최초 5G 상용 주파수 방출을 위해 국내 이통 3사와 모두 협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