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장 착각·수험표 미소지…당혹한 수험생들 도움 요청 쇄도
교통신호 조정해 입실시간 맞춰…소방·군 당국도 인력·장비 지원
[수능] '지각 안돼!' 44분 거리 15분만에 주파…수험생 호송 총력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에도 예년처럼 입실 완료시각을 앞두고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고사장을 헷갈려 혼비백산하는 수험생이 속출했다.

입실 완료시각인 오전 8시10분을 13분 앞둔 오전 7시57분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두리번거리던 한 수험생에게 서울 중부경찰서 자율방범대원들이 다가와 "수험생이냐"고 물었다.

이 학생은 황급히 "네"라고 답하고는 "늦었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스쿠터에 올라탔다.

같은 곳에서 자율방범대원 오토바이를 타고 이화여고로 이동한 한 수험생은 고사장을 이화여자외고로 착각했다가 크게 당황했다.

자녀와 함께 온 학부모는 "경기도에서 이사 와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크게 당황했는데 너무 고맙고 다행"이라고 말했다.

애초 고사장이 경남 마산중앙고였던 한 수험생은 20㎞가량 떨어진 창원중앙고로 고사장을 잘못 알고 갔다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입실 완료시각이 가까워 제때 도착이 어렵다고 보고 교육청에 연락해 해당 학생이 창원중앙고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경남 진주에서는 오전 7시 40분께와 오전 7시 50분께 고사장인 진양고등학교가 혁신도시로 이전한 사실을 모르고 헤매던 수험생 2명이 각각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입실했다.

부산에서는 한 수험생 어머니가 자녀와 자녀 친구 등 수험생 2명을 태우고 시험장으로 향하다 길을 잘못 들어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바람에 길을 헤매는 일도 있었다.

수험생들은 긴급 출동한 순찰차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입실에 성공했다.

오전 7시 47분께 해운대에 사는 한 수험생은 112에 전화해 "동래에 있는 시험장까지 가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에 맞춰 도착 못 할 것 같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경찰 순찰차는 해운대경찰서·동래경찰서·교통정보센터와 연계해 시험장인 동래구 사직고까지 12km 구간에서 교통신호를 조작해 수험생을 태우고 입실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오전 7시25분께 동부간선도로에서 수험생 탑승 차량이 3중 추돌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인력을 투입, 수험생을 시험장까지 무사히 이동시켰다.

지하철로 이동하던 한 수험생은 "입실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112로 신고했고, 경찰이 사이드카를 투입해 왕십리역부터 14㎞ 떨어진 개포고까지 약 44분 거리를 15분 만에 주파해 수험생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수능] '지각 안돼!' 44분 거리 15분만에 주파…수험생 호송 총력전
수험표를 집에 두고 오는 등 실수로 경찰에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인천지방경찰청 교통순찰대는 입실 완료시각을 10여분 앞둔 오전 7시54분 자녀가 수험표와 신분증을 집에 두고 갔다는 수험생 부모 신고를 받고 경찰 오토바이를 이용, 수험표와 신분증을 학생에게 전달했다.

서울 노원경찰서 불암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수험생이 오전 7시30분께 찾아와 "손목시계 배터리가 떨어졌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약혼 시계를 빌려주기도 했다.

경찰 도움까지 받고도 너무 늦게 도착한 나머지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서울 서초고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던 한 수험생은 1교시 시작 이후인 오전 8시54분 순찰차를 타고 서울 서초고에 도착해 "보건실에서라도 시험을 보게 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결국 거절당하고 낙담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경찰청은 이날 교통경찰과 지구대·파출소, 기동대, 모범운전자 등 1만2천여명과 순찰차 등 장비 3천200여대를 수험생 호송과 교통관리에 투입했다.

경찰은 시험장 태워주기 84건, 수험표 찾아주기 5건, 고사장 착오 수험생 호송 14건, 환자 호송 1건, 각종 편의 제공 9건 등 113건의 수험생 지원 활동을 벌였다.

소방당국도 구급차 등을 동원해 지각이 우려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수험생 44명을 시험장까지 이송했다.

경기 안산시 한 아파트에서는 한 수험생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문고리 고장으로 갇히는 일이 벌어져 소방당국이 출동, 문고리를 부순 뒤 학생을 '구조'하는 일도 있었다.

시험장에서 호흡곤란이나 공황장애, 실신 등 건강 이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은 수험생도 오후 1시까지 13명에 달했다.

군 당국도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지각 수험생 실어나르기에 동참했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이날 헌병단 소속 사이드카를 서울 시내 수험장 인근에 배치해 도움이 필요한 수험생들을 고사장으로 호송했다.
[수능] '지각 안돼!' 44분 거리 15분만에 주파…수험생 호송 총력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