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건강보험)’ 문제는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이슈였다. 오바마케어는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오바마케어 주요 조항들이 발효된 후 5년 만에 개인 건강보험료는 두 배 올랐다. 같은 기간 가족 건강보험료는 큰 액수를 공제해 줬음에도 140% 인상됐다. 현재 오바마케어는 당초 계획의 75%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과 의사들이 오바마케어 네트워크를 이용하려 하지 않는 이유다. 오바마케어를 확대하면 이에 참여하는 병원 수가 더 감소하면서 소비자 비용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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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주장하는 오바마케어 개혁안은 미국 의료시스템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단일 보험자 건강보험(single-payer healthcare)’ 도입을 주장한다. 정부가 단일 보험 공급자로 시민들의 건강 관리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모든 의료기관이 하나의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단일 보험자 체계 옹호론자들은 이 정책이 ‘무료’라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위원회도 국민들이 내야 하는 건강보험 관련 세금 1600억달러는 무시한 채 “영국 국민은 무료로 NHS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단일 보험자 체계로 전환할 때 문제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든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단일 보험자 체계를 위한 비용이 1년에 약 4000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주 예산의 두 배가 넘는다. 전국적으로 이 정책을 시행하면 10년간 32조달러의 예산이 들어간다. 연방 수입과 법인세를 두 배 더 거둬도 비용을 메우기 쉽지 않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관리체제로 전환된 각 국의 의료정책은 많은 경우 적시에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의료 서비스 실패는 시민들에게 고통, 죽음, 장애를 가져다줬다.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낭비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시장 경쟁이 없는 단일 보험자 체계 아래에서 대개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때까지 오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지난해 영국 NHS 대기자 명단에는 420만 명의 환자가 있었다. 이들 중 36만2600명은 치료를 받기까지 4개월 걸렸다. 9만5252명은 6개월 이상 기다렸다. 지난 7월 기준으로 4300명의 환자는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1년 넘게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긴급하게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영국 NHS 환자 중 19% 이상이 암 치료를 하는 데 2개월 이상 걸렸다. 17%는 뇌 수술을 하기 위해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캐나다에서는 환자가 개업의와 전문의 치료를 받는 데 2개월 반이 걸렸다. 의사를 만나고 치료를 받기까지는 5개월 걸렸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은 안과의사를 만나기 위해 평균 3개월을 기다린다. 정형외과는 4개월, 신경외과는 5개월 걸렸다. 의사를 만난 뒤 신경외과 수술을 하기까지는 평균 8개월이 또 소요된다.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도 치료받기까지 3개월 걸린다. 고관절이나 무릎 관절염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증상을 가진 환자는 10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이 같은 대기 시스템은 환자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이보다 훨씬 빠르다. 2009년 오바마케어를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당시 미국 환자들이 의사를 보기 위해 대기한 시간은 평균 21일이었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기다린 시간도 영국 등에서 심각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기다린 것보다 짧았다.

보건의료정책 학술지인 헬스어페어는 “영국과 달리 미국 환자들은 심장병 치료를 받을 때 거의 기다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부 저위험군의 심장병 환자는 하루를 기다리거나 다른 날로 예약해야 한다’는 미국 보건의료연구소 조사를 보면 미국 심장병 환자들은 하루를 기다리는 것도 흔치 않다. 이 밖에 암,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등 대부분 심각한 질병 치료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뛰어난 것으로 입증됐다.

암 등 심각한 질병에서 최신 약물을 투여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린다. 2011년 헬스어페어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신약은 32개로, 같은 기간 유럽 의약청(EMA)이 승인한 건수(26개)보다 많았다.

단일 보험자 체계를 가진 국가들은 민간 의료보험 강화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 10년간 민간 의료정책을 위한 지출을 50% 늘렸다. 정부가 독점으로 운영하는 약국도 폐지했다. 이 밖에 다른 민영화 개혁들도 이뤄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국 정부는 민간 운영기관이나 NHS를 제공하지 않는 기관에 10억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덴마크에서는 국가 의료보험 시스템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한 달 넘게 대기해야 할 때는 민간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

단일 보험자 체계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정책을 미국에 확대한다면 의료보험료와 세금 인상으로 비용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미국 빈민층과 중산층이 세금 인상으로 인한 유탄을 맞을 것이다.

원제=The False Promise of ‘Medicare for All’

정리=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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