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7일 공개되는 제네시스 G90의 티저.
이달 27일 공개되는 제네시스 G90의 티저.
현대자동차는 3년 전 제네시스 'EQ900'이 시장에 나왔을 때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기대 이상으로 주문량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신제품 사양이 공개되지 않았어도 사전계약 첫 날에만 4300여 대가 팔렸다. EQ900의 초기 한 달 주문량은 1만5000대에 달했다. 수요가 몰리는데 공급이 달릴 정도였다.

에쿠스 후속으로 등장한 '신차 효과'는 막강했다. 수입 럭셔리 세단의 최고봉인 벤츠 S클래스를 위협했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가 S클래스와의 경쟁에서 고전했을 당시 EQ900은 S클래스를 견제하는 '큰 형님' 역할에 충실했다. 새 모습으로 돌아오는 G90이 다시 한 번 S클래스의 공세를 막아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되돌아보면 단기간에 끝난 신차 열풍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기 시장에서 보여준 EQ900의 열기는 해가 갈수록 시들해졌다. 올들어 10월까지 EQ900 판매량은 6688대로 작년 동기보다 36% 줄었다. 뒷심 부족을 이번엔 만회할까.

[김정훈의 카톡까톡] 제네시스 맏형 'G90'의 진짜 역할
제네시스 최고급형 세단은 3년 만의 변화다. G90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면부 얼굴을 뜯어고치는 등 부분변경돼 돌아온다. G90이 본격 판매를 시작하면 'G70-G80-G90'으로 이어지는 G시리즈 세단 라인업은 완성된다.

현대차가 공식 발표한 첫 날 예약 대수는 2774대. 4300대를 넘어섰던 EQ900 때보단 계약 실적이 적지만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G90은 오는 27일 공식 출시된다. 미리 공개된 가격을 보면 ▲3.8 가솔린 7706만원 ▲3.3 터보 가솔린 8099만원 ▲5.0 가솔린 1억1878만원부터 시작된다.

첫날 계약대수에 대해 제네시스 관계자는 "올해 1~10월 국산 초대형 차급의 월 평균 판매대수 1638대의 약 1.7배에 이르는 수치"라며 "G90이 고객의 높은 기대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신차가 나올 때면 대기 수요 효과를 톡톡히 본다. EQ900은 법인 고객이 많다. 전체 판매의 60% 이상이다. 법인 구매는 대부분 3년 계약에 리스 이용자들이 많다. 장기 렌터카 고객도 있다. 이들 법인 고객의 차량 교체 주기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차를 사겠다는 고객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G90에 대한 시장 반응을 섣불리 예단하긴 이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EQ900은 리스 고객이 80%인데 아직 리스 계약이 안 끝나 G90의 초기 반응은 EQ900 때보다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연말·연초에 대거 몰리는 법인 수요를 적극 잡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디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G90이 보여줄 큰 폭의 디자인 변화에 대한 고객 반응은 성패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 고객 비중을 늘리는 것 또한 롱 런을 향한 과제로 꼽힌다. 개인 수요는 차량 교체 시점이 법인 수요에 비해 자유롭다. G90이 해줘야 할 역할은 딱 하나다. 꾸준함이다. 리스 고객의 차량 교체 주기가 도래하지 않아 출시 이듬해부터 판매량이 크게 떨어진 EQ900 때의 약점을 반복하진 말아야 한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