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 처리 앞두고 여야 대리전 양상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인해 '유치원 정상화 3법'의 국회 논의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제기한 사립유치원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한국당이 '사유재산권 보장'을 앞세워 한유총과 보폭을 맞추는 모양새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놓고 현재 정부·여당과 한유총은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5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을 무턱대고 적폐로 모는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립유치원 비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교육의 창의성과 사유재산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이른바 '유치원 정상화 3법'이 사유재산권과 같은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전날 한유총 주최로 열린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토론회를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는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과 '유치원 정상화 3법'에 대한 성토장과도 같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적극적인 발언으로 한유총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정양석 의원은 토론회에서 "(정부가)언제부터인가 규제를 강화하고 민간에서 사립영역을 서서히 퇴출하는 작전을 쓰고 있다고 느껴진다"며 "입법과정에서 국회가 균형된 시각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나아가 김순례 의원은 "여러분이 현장에서 아이들 교육을 책임졌지만 이제 정부는 지원금 썼다고 그걸 탄압한다"며 "우물 빠진 사람 구하니 동냥자루 내놓으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한국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홍문종 의원이 이후 SBS 라디오에 출연, "박용진 의원의 법안에 한국당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당이 만든 법과 통합해 유치원의 공공성과 민간의 재산권을 동시에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의식했다고 할 수 있다.

홍 의원은 "문제가 있는 사립유치원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사립유치원의 90% 이상은 영세한 유치원이고 돈을 마음대로 쓰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유치원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당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자체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유치원 3법을 대표발의한 박용진 의원과도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당 교육위원들은 '한국당이 고의로 유치원 3법 처리에 시간을 끌고 있다'는 취지로 한 박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국회 교육위는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 법안소위를 열어 '유치원 3법'을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여야 간 이견으로 추가논의를 위한 법안소위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한유총 지원하는 한국당…"사유재산권 침해 안 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