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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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항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공유경제 규제개혁에 의지를 보이면서 지지부진했던 카풀 도입 논의가 활기를 띄는 듯 했으나, 택시업계가 보란듯이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카풀 해법을 내놓기도 전에 택시업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치게 됐다.

택시업계는 15일 서울 강남구 전국택시연합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2일 국회앞에서 '제 2차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4개 단체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택시업계는 카풀을 비롯한 승차공유 사업이 공유경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카풀은 공정경제에 위배되는 정책이란 게 그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카풀을 비롯한 승차공유는 자동차라는 재화의 공동 사용을 넘어 운전이라는 용역까지 제공하는 것"이라며 "시내를 배회하면서 플랫폼 업체가 알선해주는 승객을 태워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요금을 받는 택시와 다를 것 없는 불법 자가용 영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시적인 편리함을 위해 카풀이 성행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해외 여러나라에서 보듯 승차공유는 택시종사자의 생존권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승차 공유 드라이버를 플랫폼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수수료를 착취해 거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택시업계는 승차거부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자구책 마련을 고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택시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며 "상습적인 승차거부 운전자 퇴출 등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전국택시연합회 회의실에서 열린 '불법 카풀앱 관련 택시업계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 전국택시연합회 회의실에서 열린 '불법 카풀앱 관련 택시업계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택시 업계가 집회를 예고하면서 카풀 도입 해결책을 찾는 일은 더욱 묘연해졌다. 더욱이 카카오는 최근 택시업계와 상생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던 차였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사장은 지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에 양대 택시노조(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께서 방문하셨다"며 "택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공감대가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택시업계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력을 논의해볼 수는 있지만, 택시 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카풀 사업 도입은 제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제휴를 할 때는 택시와 상생하자는 좋은 뜻에서 출발했었다. 지금도 택시 업계는 카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카카오가 카풀을 수단으로 택시 사업에 뛰어들려는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이다. ICT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승차난 해소하는 방안은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공유경제 활성화를 표방하며 카풀 해결에 적극적 의지를 보인 정부에 택시 업계가 대놓고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규제개혁 가운데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이 공유경제"라며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서비스라면 대한민국에서 못할 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등 차량 공유경제가 기존 사업 종사자의 반발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홍남기 후보자가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해 호기롭게 나섰으나 택시업계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정부는 카풀 도입을 포함한 공유 경제 활성화 방안을 이르면 이달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택시 업계에 택시 요금 자율화, 택시 기사 월급제 도입과 같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택시업계의 반발로 카풀 문제 해결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