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뽑는 중간선거가 지난 6일 치러졌다. 선거 결과 ‘상원 공화당 승리, 하원 민주당 승리’로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현지 언론의 당초 예상대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임기 중간 치러진 이번 선거를 놓고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졌지만 이겼다’고 평가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선 연방 상원 100석 중 35석, 하원 435석 전체를 선출했다. 개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기존 상원 51석을 53석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하원 의석은 종전 235석에서 204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처럼 의회를 등에 업고 국정을 좌우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안정적인 정치제도를 바탕으로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이며 흔들림 없이 국정을 이어가고 있다.

상원, 州마다 2명으로 정책 쏠림 등 견제…하원, 인구 비례로 뽑으며 예산안 제출권 독점
상원은 ‘각 주 동등’ 가치 실현 성격

중앙의회가 국회 한 곳인 한국과 다르게 미국 연방의회는 상·하원으로 나뉘어 있다. 미국이 50개 주(州)로 구성된 연방국가이기 때문이다. 인구 비례로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만 있다면 ‘각 주가 동등하다’는 미국 이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주당 2명의 상원 의원을 두고 있다. 예컨대 인구 3950만 명의 캘리포니아주에선 하원 의석이 50석 이상인 데 비해 주민이 100만 명도 안되는 알래스카나 몬태나에선 1석뿐이다.

미국 상원은 양원제의 원조인 유럽 국가에 비해 큰 권한을 갖는다. 예산안 제출권을 하원이 독점하는 대신 군대 파병, 관료 임명 동의, 외국 조약에 대한 승인 등 권한은 상원이 독점한다. 입법권한 역시 양원이 동등하다. 하원이 탄핵 청구권, 상원이 탄핵 심판권을 가진다. 상원 의원의 임기는 6년이다. 하원 의원의 2년에 비해 길다. 2년마다 치르는 선거에서 총 100명인 상원의원 가운데 3분의 1가량만 새로 뽑는다. 따라서 하원은 역동적인 성격을 띠는 반면 상원은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다. 상원은 국가의 정치 성향이 한쪽으로 휩쓸리거나 정권 교체로 정책 일관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 국가의 중심을 잡아준다.

정부 독주 견제하는 유럽 의회

의원내각제를 택한 유럽 국가 역시 대부분 두 개의 의회를 두고 있다. 권한은 하원에 집중돼 있다. 상원의 역할은 권력 견제가 핵심이다. 의원내각제에선 하원 다수당에서 수상(총리)을 선출하고 의원이 장관을 겸임해 내각을 구성한다. 하원 다수당이 사실상 정부 역할을 한다.

영국 상원 의원은 세습 귀족, 지명된 대주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민주적 정당성이 없어 명예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상원은 하원이 의결한 법률을 검토해 수정을 권고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거부권을 행사해도 1년만 기다리면 하원이 직접 왕의 재가를 받아 법을 시행할 수 있다.

대통령과 책임총리를 둔 이원 집정부제를 채택한 프랑스도 상·하원을 분리했다. 선거로 뽑힌 하원은 최종 법률 제정권을 갖는다. 간선을 통해 구성되는 상원도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양한 현안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해 행정부를 감시하기도 한다. 의원내각제 연방국가인 독일은 주정부를 대표하는 연방참사원이 상원 역할을 한다. 주정부가 선임하는 참사원 의원은 대부분 전문 관료다. 재정 및 행정 분야 입법 등 각 주의 이익에 직접 관계되는 법안은 참사원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한국은 의원내각제 요소를 조합한 대통령제를 도입했다. 전형적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과 달리 한국엔 부통령 대신 총리가 있다.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임할 수 있다. 여당 리더인 대통령이 의원들을 총리와 장관으로 임명하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원로와 지방 정치권 등에선 졸속 입법을 방지하고 다수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상·하원 등 두 개의 의회를 뒀을 때의 단점도 있다. 비용이 많이 들고 국정 운영의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 상·하원을 한 정당이 동시에 점거할 경우 견제 기능이 약해진다. 이런 점 때문에 핀란드와 스웨덴 등은 상·하원을 통합하고 비례대표제와 중·대 선거구제 등으로 단점을 보완했다.

NIE 포인트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한국과 미국이 어떤 배경에서 다른 정치 체제를 갖추게 됐는지 생각해보자. 단원제와 양원제 의회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현 한국 정치 체제의 장단점과 바람직한 체제 등에 대해 토론해보자.

이현일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