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물류혁명이 가져올 소비재 생산방식 변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8) 4차 산업혁명과 물류
운송은 생산전략에도 영향 미쳐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은
보다 효율적인 물류의 미래 이끌어
운송은 생산전략에도 영향 미쳐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은
보다 효율적인 물류의 미래 이끌어
‘검은 금’은 석유가 아니라 후추였다. 선사시대부터 인도에서 양념으로 쓰이던 후추는 일부 상류층에서만 맛볼 수 있었고, 가치가 높아 화폐나 담보, 심지어 몸값으로도 쓰였다.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업과 제국들은 수천 년 동안 교역을 감행했지만, 긴 거리는 높은 비용과 위험을 수반했다. 서양인들은 보다 수월하게 후추를 공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항로 개척은 대표적인 노력이다.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아메리카 대륙도 후추 덕분이었다.
운송과 산업전략
지난 수 세기 동안 운송의 어려움 탓에 소비자들은 국가 밖의 상품을 구입할 수 없었다. 아주 부유한 소수를 제외한 일반인에게 해외에서 조달한 옷이나 식품, 도구들은 너무 값비싼 제품이었다. 운송의 어려움은 생산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소비자 가전 사업을 선도했던 RCA는 텔레비전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었다. 주요 부품을 설계하고 대량생산할 뿐만 아니라 진공관과 회로기판,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음극선관, 튜너, 스피커, 심지어 옛날 텔레비전의 상징인 나무 마감 수납장도 직접 만들었다. RCA의 1959년 홍보영상 《The Reason Why》에는 RCA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드는 이유가 상세히 언급된다. 바로 ‘운송의 어려움’이다. 부품을 직접 조달할 경우 시간과 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어 이윤이 낮아졌기 때문에 수직통합 기업이 경쟁우위를 차지했다.
물류 혁명은 생산방식의 변화 가져와
1970년대와 1980년대 기업들은 모두 수직통합 전략을 고수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일은 수입보다 비용이 커질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화물의 도착 시간은 불안정했고, 화물을 배에 실고 내리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저장방식도 큰 문제였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상품들을 배에 있는 화물창고에 아무렇게나 채워 돌아왔다. 한 번에 수송 가능한 양이 많지 않았으며, 짐을 올리고 내리는 데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당시의 국제교역이 생산 대비 25%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이유다.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컨테이너의 등장이었다.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배가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다양한 제품을 선적할 수 있고, 크레인으로 몇 톤의 물건을 한 번에 내리거나 실을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선박도 항구 사이를 더 자주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물건을 옮기는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700달러짜리 텔레비전 1대를 지구 반대편으로 옮기는 비용은 10달러가량이며, 150달러짜리 진공청소기는 1달러, 50달러짜리 스카치위스키의 운송비는 15센트에 불과하다.
물류혁명은 디지털 시대의 제품들이 지닌 복잡성과 맞물려 생산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디지털 제품은 과거 RCA처럼 한 기업이 모든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고, 생산할 수 없다. 비전자적인 시대의 제품과 달리 부품이 복잡해졌고, 부품 생산을 위해서는 고도로 전문화된 제조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이 모든 과정에 투자하는 것은 더 이상 경제성을 보장받는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해 조립하는 디지털 제품의 생산이 가속화됐다.
4차 산업혁명과 물류의 미래
물류혁명은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소비재 생산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인류는 혼잡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모든 상품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각 가정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흄스의 계산에 따르면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원두는 최소 4만8000㎞를, 커피를 내리는 독일산 커피메이커는 2만5300㎞, 커피메이커를 작동시키는 전기는 7만8000㎞의 운송 족적을 가진다. 연간 30만 명 이상의 교통사고 사망 및 부상자가 발생하고, 운수사고가 사망 원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노후한 도로와 교량 보수에 무려 3조6000억달러가 필요하며, 39세 미만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자동차다. 방대해진 물건의 흐름으로 인해 항만과 철도 그리고 도로는 더 이상 부하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포화에 이른 물류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카풀 서비스, 자율주행기술, 3D 프린팅 등이 그것이다. 우버와 리스트 그리고 다른 카풀 서비스에 차량이 1대 추가될 때마다 자동차 판매량은 32대나 줄어든다. 무인자동차는 사고를 줄이고, 도시공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차공간을 보다 효율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D 프린팅은 더 극적이다. 중국이나 유럽에서 부품을 공수할 필요가 없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어떤 변화는 구체적인 수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분명 변화는 시작됐다.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한 이유다.
운송과 산업전략
지난 수 세기 동안 운송의 어려움 탓에 소비자들은 국가 밖의 상품을 구입할 수 없었다. 아주 부유한 소수를 제외한 일반인에게 해외에서 조달한 옷이나 식품, 도구들은 너무 값비싼 제품이었다. 운송의 어려움은 생산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소비자 가전 사업을 선도했던 RCA는 텔레비전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었다. 주요 부품을 설계하고 대량생산할 뿐만 아니라 진공관과 회로기판,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음극선관, 튜너, 스피커, 심지어 옛날 텔레비전의 상징인 나무 마감 수납장도 직접 만들었다. RCA의 1959년 홍보영상 《The Reason Why》에는 RCA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드는 이유가 상세히 언급된다. 바로 ‘운송의 어려움’이다. 부품을 직접 조달할 경우 시간과 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어 이윤이 낮아졌기 때문에 수직통합 기업이 경쟁우위를 차지했다.
물류 혁명은 생산방식의 변화 가져와
1970년대와 1980년대 기업들은 모두 수직통합 전략을 고수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일은 수입보다 비용이 커질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화물의 도착 시간은 불안정했고, 화물을 배에 실고 내리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저장방식도 큰 문제였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상품들을 배에 있는 화물창고에 아무렇게나 채워 돌아왔다. 한 번에 수송 가능한 양이 많지 않았으며, 짐을 올리고 내리는 데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당시의 국제교역이 생산 대비 25%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이유다.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컨테이너의 등장이었다.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배가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다양한 제품을 선적할 수 있고, 크레인으로 몇 톤의 물건을 한 번에 내리거나 실을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선박도 항구 사이를 더 자주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물건을 옮기는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700달러짜리 텔레비전 1대를 지구 반대편으로 옮기는 비용은 10달러가량이며, 150달러짜리 진공청소기는 1달러, 50달러짜리 스카치위스키의 운송비는 15센트에 불과하다.
물류혁명은 디지털 시대의 제품들이 지닌 복잡성과 맞물려 생산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디지털 제품은 과거 RCA처럼 한 기업이 모든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고, 생산할 수 없다. 비전자적인 시대의 제품과 달리 부품이 복잡해졌고, 부품 생산을 위해서는 고도로 전문화된 제조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이 모든 과정에 투자하는 것은 더 이상 경제성을 보장받는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해 조립하는 디지털 제품의 생산이 가속화됐다.
4차 산업혁명과 물류의 미래
물류혁명은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소비재 생산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인류는 혼잡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모든 상품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각 가정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흄스의 계산에 따르면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원두는 최소 4만8000㎞를, 커피를 내리는 독일산 커피메이커는 2만5300㎞, 커피메이커를 작동시키는 전기는 7만8000㎞의 운송 족적을 가진다. 연간 30만 명 이상의 교통사고 사망 및 부상자가 발생하고, 운수사고가 사망 원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노후한 도로와 교량 보수에 무려 3조6000억달러가 필요하며, 39세 미만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자동차다. 방대해진 물건의 흐름으로 인해 항만과 철도 그리고 도로는 더 이상 부하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포화에 이른 물류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카풀 서비스, 자율주행기술, 3D 프린팅 등이 그것이다. 우버와 리스트 그리고 다른 카풀 서비스에 차량이 1대 추가될 때마다 자동차 판매량은 32대나 줄어든다. 무인자동차는 사고를 줄이고, 도시공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차공간을 보다 효율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D 프린팅은 더 극적이다. 중국이나 유럽에서 부품을 공수할 필요가 없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어떤 변화는 구체적인 수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분명 변화는 시작됐다.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