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바이오노믹스]제노스코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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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가 기존 굴뚝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가들의 영역에 있었던 만큼,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일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리와 꼬리, 귀 등을 만저나가다보면 온전한 코끼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지난 5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얀센은 비소세포폐암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의 한국을 제외한 세계 권리를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4200억원)에 사들였다.
한미약품이 2015년 사노피와 5조원대 기술수출을 한 지 3년 만에 나온 조 단위 계약이다. 한국 제약사에 남을 이번 기술수출은 바이오벤처 제노스코에서 시작됐다. 지난 14일 전화로 만난 제노스코의 고종성 대표는 의료 현장에서 원하는 수요 파악, 유한양행의 빠른 임상 개발, 기술수출 협력사의 상황에 맞는 협상 전략 등을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제노스코는 미국 보스턴에 있다.
레이저티닙은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폐암은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환자의 85~90%를 차지하고, 흡연과 관련이 있는 소세포폐암이 10~15%다. 비소세포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돌연변이다. 아시아 환자의 30~40%, 미국과 유럽의 10~15%가 EGFR의 돌연변이로 비소세포폐암에 걸린다. 1,2세대 약물은 치료 시 새로운 돌연변이( T790M Del19 L858R 등)가 생겨 항암 효과가 없어져 버린다. 1,2세대 약물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치료하는 표적항암제를 3세대라 부른다.
고종성 대표는 "3세대 치료제 개발을 경쟁사보다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의사들을 찾아가 폐암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파악했다"며 "의사들은 폐암의 뇌 전이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폐암의 문제는 진단 순간 약 24%가 암이 뇌로 전이돼 있고, 병이 진행되면서 50%까지 뇌 전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혈뇌장벽(BBB)를 넘어 뇌 전이암에까지 효과가 기대되는 레이저티닙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당시 자문을 해 준 조병철 연세세브란스병원 교수와 안명주 서울삼성병원 교수는 레이저티닙의 국내 임상 1·2상도 맡고 있다.
◆경쟁약물보다 우수한 결과 시현 중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중간결과를 보면, 임상에 참여한 전체 환자 중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객관적 반응률)은 61%였다. T790M 변이 환자 92명의 객관적 반응률은 66%를 기록했다. 종양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변하지 않은 환자를 포함한 질병통제율은 전체 환자에서 89%, T790M 변이 환자에서 93%를 기록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쟁약 타그리소보다 우위에 있는 결과다. 임상 1·2상 결과를 보면 T790M 변이 환자에서 타그리소는 62%의 객관적반응률과 90%의 질병통제율을 나타냈다.
고 대표는 "무엇보다 레이저티닙은 뇌전이를 보인 11명의 환자에서 55%의 객곽적 반응률을 기록해 효과를 보였다"며 "독성 문제가 적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레이저티닙의 3등급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이상반응)은 11%였다. 타그리소는 38%를 기록했다.
이같은 효능 및 안전성의 우수성이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타그리소가 먼저 출시됐지만 비교 우위를 바탕으로 관련 시장에 침투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타그리소는 지난해 세계에서 9억5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의 빠른 임상개발, 얀센의 필요 충족
제노스코는 모회사 오스코텍과 함께 개발한 레이저티닙을 2015년 계약금 10억원에 유한양행에 기술수출했다. 동물실험을 마친 단계였다. 유한양행의 기술수출 시 수익을 60%(유한양행) 20%(제노스코) 20%(오스코텍)으로 나눈다는 조건이다..
고 대표는 "EGFR 돌연변이 폐암은 한국의 임상의들이 개발 경험이 많아, 한국 임상을 통해 임상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려고 했다"며 "한국의 5개 제약사와 논의했고 유한양행이 신속하게 기술도입을 결정했다"고 했다. 당시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 중 하나는 레이저티닙을 주요 연구개발 과제로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유한양행은 공격적 개발의 의지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얀센의 필요를 고려한 유한양행의 협상력도 돋보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레이저티닙은 올해 임상 1·2상 완료가 전망된다. 얀센과 유한양행은 내년 레이저티닙의 단독 미국 임상 3상과, 얀센의 이중항체 'JNJ-61186372'와의 병용 임상 1b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얀센은 2016년 5월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JNJ-61186372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레이저티닙과 같은 3세대 치료제인 타그리소와의 병용 동물실험을 통해 단독요법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결과도 가지고 있었다.
제노스코는 이번 기술수출 성공을 바탕으로 자금조달 및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번 기술수출의 계약금이 들어오면 제노스코는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며 "이후 단계별 성과 기술료(마일스톤) 유입 등으로 기업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수출의 계약금은 5000만달러고, 마일스톤은 총 12억500만달러 규모다.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진입 시 추가적인 마일스톤 획득이 예상된다.
내년에는 국내외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다른 연구들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IPO는 2020년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 코스닥시장 상장도 검토 중이다.오스코텍과 공동 개발 중인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와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외에도 연구인력을 보강해 면역항암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한미약품이 2015년 사노피와 5조원대 기술수출을 한 지 3년 만에 나온 조 단위 계약이다. 한국 제약사에 남을 이번 기술수출은 바이오벤처 제노스코에서 시작됐다. 지난 14일 전화로 만난 제노스코의 고종성 대표는 의료 현장에서 원하는 수요 파악, 유한양행의 빠른 임상 개발, 기술수출 협력사의 상황에 맞는 협상 전략 등을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제노스코는 미국 보스턴에 있다.
레이저티닙은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폐암은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환자의 85~90%를 차지하고, 흡연과 관련이 있는 소세포폐암이 10~15%다. 비소세포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돌연변이다. 아시아 환자의 30~40%, 미국과 유럽의 10~15%가 EGFR의 돌연변이로 비소세포폐암에 걸린다. 1,2세대 약물은 치료 시 새로운 돌연변이( T790M Del19 L858R 등)가 생겨 항암 효과가 없어져 버린다. 1,2세대 약물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치료하는 표적항암제를 3세대라 부른다.
고종성 대표는 "3세대 치료제 개발을 경쟁사보다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의사들을 찾아가 폐암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파악했다"며 "의사들은 폐암의 뇌 전이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폐암의 문제는 진단 순간 약 24%가 암이 뇌로 전이돼 있고, 병이 진행되면서 50%까지 뇌 전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혈뇌장벽(BBB)를 넘어 뇌 전이암에까지 효과가 기대되는 레이저티닙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당시 자문을 해 준 조병철 연세세브란스병원 교수와 안명주 서울삼성병원 교수는 레이저티닙의 국내 임상 1·2상도 맡고 있다.
◆경쟁약물보다 우수한 결과 시현 중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중간결과를 보면, 임상에 참여한 전체 환자 중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객관적 반응률)은 61%였다. T790M 변이 환자 92명의 객관적 반응률은 66%를 기록했다. 종양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변하지 않은 환자를 포함한 질병통제율은 전체 환자에서 89%, T790M 변이 환자에서 93%를 기록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쟁약 타그리소보다 우위에 있는 결과다. 임상 1·2상 결과를 보면 T790M 변이 환자에서 타그리소는 62%의 객관적반응률과 90%의 질병통제율을 나타냈다.
고 대표는 "무엇보다 레이저티닙은 뇌전이를 보인 11명의 환자에서 55%의 객곽적 반응률을 기록해 효과를 보였다"며 "독성 문제가 적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레이저티닙의 3등급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이상반응)은 11%였다. 타그리소는 38%를 기록했다.
이같은 효능 및 안전성의 우수성이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타그리소가 먼저 출시됐지만 비교 우위를 바탕으로 관련 시장에 침투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타그리소는 지난해 세계에서 9억5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의 빠른 임상개발, 얀센의 필요 충족
제노스코는 모회사 오스코텍과 함께 개발한 레이저티닙을 2015년 계약금 10억원에 유한양행에 기술수출했다. 동물실험을 마친 단계였다. 유한양행의 기술수출 시 수익을 60%(유한양행) 20%(제노스코) 20%(오스코텍)으로 나눈다는 조건이다..
고 대표는 "EGFR 돌연변이 폐암은 한국의 임상의들이 개발 경험이 많아, 한국 임상을 통해 임상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려고 했다"며 "한국의 5개 제약사와 논의했고 유한양행이 신속하게 기술도입을 결정했다"고 했다. 당시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 중 하나는 레이저티닙을 주요 연구개발 과제로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유한양행은 공격적 개발의 의지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얀센의 필요를 고려한 유한양행의 협상력도 돋보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레이저티닙은 올해 임상 1·2상 완료가 전망된다. 얀센과 유한양행은 내년 레이저티닙의 단독 미국 임상 3상과, 얀센의 이중항체 'JNJ-61186372'와의 병용 임상 1b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얀센은 2016년 5월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JNJ-61186372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레이저티닙과 같은 3세대 치료제인 타그리소와의 병용 동물실험을 통해 단독요법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결과도 가지고 있었다.
제노스코는 이번 기술수출 성공을 바탕으로 자금조달 및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번 기술수출의 계약금이 들어오면 제노스코는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며 "이후 단계별 성과 기술료(마일스톤) 유입 등으로 기업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수출의 계약금은 5000만달러고, 마일스톤은 총 12억500만달러 규모다.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진입 시 추가적인 마일스톤 획득이 예상된다.
내년에는 국내외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다른 연구들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IPO는 2020년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 코스닥시장 상장도 검토 중이다.오스코텍과 공동 개발 중인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와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외에도 연구인력을 보강해 면역항암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